지난 23일 국회에 의해 탄핵당했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헌법재판소에서 최종적으로 탄핵이 기각되어 위원장직에 복귀하였다. 이 위원장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가려졌고 가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사실 방송통신위원장이라는 자리는 막강한 요직으로 그렇게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질만한 사건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사상초유의 사건에 가려질 수 밖에 없었다. 기껏해야 이 위원장의 복귀는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관의 탄핵 지지여부를 통해서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추측하는 측면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장은 한 손에는 대한민국의 ‘방송’을 다른 한 손에는 ‘통신’을 쥐고 있는 실력자이다.
방송에 있어서 이진숙 위원장의 커리어는 흠 잡을 것이 없을 정도이다. 한국 최초의 종군기자 타이틀만해도 대단하지만 MBC의 워싱턴 지사장, 보도본부장 그리고 대전MBC 사장을 거친 이 위원장의 커리어는 ‘여성’이라는 수식어를 떼어놓고 보아도 화려함 그 자체이다. 대구 출신인 이진숙 위원장의 보수적인 스탠스는 짐작이 되지만 요즘 사회에서 가장 첨예한 남녀문제에 대한 식견은 어느 보수 인사들과 다르다. 그가 자연인이던 시절 필자가 사석에서 레디컬 페미니즘이 주류가 된 요즘 페미니즘에 대하여 설명할 기회가 있었는데 나이브하게 남성이 양보해야 한다는 식인 보통의 보수 인사들과 달리 “크게 잘못되었다.”, “이것은 내가 알던 페미니즘과 다르다.”고 정확하게 시류를 짚어내던 모습이 인상깊었다. 토호화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 보수 진영에서 보기 드물게 유연하게 시류를 읽어내는 인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이진숙 위원장에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기술 분야에 정통하다는 평가는 받지 못하고 있다. 필자가 사석에서 받은 인상은 연배에 비해 조금은 잘 아는 정도란 것이다. 이 위원장의 이력에서도 ‘통신’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변명은 가능하다.’통신’은 ‘방송’과 함께 그 깊이가 깊은 전문 분야이다. ‘방송’이라는 전문 분야에 정통한 인사가 동시에 ‘통신’이라는 전문 분야에 정통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통신’에 정통한 인물을 위원장에 앉혔다면 그는 반대로 ‘방송’에는 문외한이었을 것이다. ‘방송’을 통신의 한 갈래로 보면서 방송통신위원회라는 조직의 태생적 한계이지 이진숙 위원장의 부족함이라고 하긴 힘들다.
‘통신’은 애매할 수 밖에 없지만 모쪼록 이진숙 위원장의 서슬 퍼런 저널리즘이라도 제대로 발현하여 언론계의 풍토가 조금은 개선되기를 바랄 뿐이다. 방통위원장이 ‘방송’ 전문가를 세울 수 밖에 없는 정치의 속성을 간파하고 통신사가 뿌려 놓은 정치권을 배회하는 ‘대관업무자’라는 이름의 브로커들을 주의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