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토요일의 느지막한 오후 가족 모임을 가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는 복통을 호소했고 하필 그 인근에는 주말 영업 병원이 없었다. 있었다 하더라도 너무 늦은 시간이라 진료가 끝났을 것이 분명했다. 결국은 아이를 데리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차를 달려 응급실로 향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한 그대로 달린 병원은 새로 지은 삐까뻔쩍한 종합 병원이었다. 그러나 응급실에 들어가자 마자 괴롭게 오는 아이를 안은채로 발길을 돌려야했다. 응급실에 소아과 의사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세브란스 병원 까지 가서야 소아응급실에서 응급진료를 볼 수 있었다. 서울 시내를 가로지르면서 낭비된 시간 동안 아이는 치료받지 못하고 고통에 시달려야 했음은 물론이다. 거기에 더해 세브란스 병원에 소아응급실이 있어도 너무나 붐벼 다음날 새벽에야 병원을 나설 수 있었다.
소아과를 포함해서 필수의료 분야 수련의에 지원하는 의사들이 부족해서 난리인 것이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소아과는 그 정도가 심해서 동네 소아과를 방문하면 한 시간 대기는 기본이고 두 시간 정도 대기하는 일도 허다하다. 지역에 소아과 의원이 워낙 많이 폐업해서 멀리서 부터 자차로 방문하느라 주차장이 북새통인 것도 늘 보는 현상이다. 이 문제에 대한 의료 정책의 핵심 집단의 해결책은 의사를 엄청나게 많이 배출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밀려밀려 소아과 전문의 자격도 획득할 것이고 어쩔 수 없이 소아과 의원을 창업할 것이니 지금의 소아과 의원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집단은 좌익 집단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집단의 해결책은 정말 단순하고 명쾌해서 보수 진영에서도 대부분 수용하는 부분이다. 문제는 말한대로 실현될 리가 없는 지옥으로 향하는 초고속도로라는 것이다.
작금의 소아과 의원 부족 현상은 이미 있는 소아과 의원들 조차 폐업하는 현상의 결과물이다. 이 말인즉 지금의 환경에서는 직전 까지가 소아과 의원이 과잉 상태였고 그 과잉 상태가 해소된 적정 상태가 현재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설명에는 반드시 따라오는 반문이 있다. 소아과 의원에 환자가 가득하고 한 시간 넘게 대기하는 일이 부지기수인데 어떻게 적정 상태라고 말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반문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의료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족한 상태지만 공급자 입장에서는 적정 상태이기 때문이다. 입장에 따라서 적정하다 아니다는 다르게 볼 수 있다. 왜 적정한 의원의 숫자는 환자들에게 부족한 숫자가 되었을까? 그것은 소아과가 필수 의료의 하나로서 의료보험의 강력한 영향력 하에 있기 때문이다.
필수의료 진료과목은 필수라는 이유로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항목이 매우 적다. 의료보험은 그 시작 자체가 가난하던 박정희 정권 시절 서민들의 의료복지를 위해 고안된 제도로서 국가가 의료를 제공할 여력이 없다는 당시 현실 까지 반영되어 극도의 ‘박리다매’를 추구하도록 설계되어있다. 즉, 의원 입장에서는 이윤이 별로 안되는 것이다. 필수의료에서는 심지어 과잉진료에 대해서도 유난히 보수적인 기준을 들이대기 때문에 환자를 위한 최선의 진료를 하면 심사평가원에서는 가차 없이 과잉진료로 판단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결국 소아과는 이윤이 극한의 작은 이윤에 이르렀고 그 결과 소아과 의원은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생존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다수의 의원이 폐업하고 살아남은 소수가 일대의 수요를 흡수해 간신히 생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외과의로서 필수의료의 현실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였던 이국종 교수가 최근 어느 방송에 출연하여 이제 까지 쉽게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꺼냈다. 필수의료를 정상화 하려면 수가를 현실화 해야 한다고 말이다. 정확한 지적이다. 수가를 올려 필수의료가 처한 극한의 박리다매 상태를 완화해야 의원도 늘어나고 대형 병원의 TO도 늘고 결과적으로 전문의가 되려는 의사도 늘 것이다. 이 교수는 필수의료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는 자신이 의대생이던 수 십 년 전에도 심각했다고 증언했다. 의대 정원은 비록 늘지 않았어도 수 십 년 동안 의사는 수 만 명이 더 공급됬는데 이는 해결되지 않았다. 원인이 의사의 숫자가 아니고 의료보험 시스템에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수가를 정상화 해야 소아과가 살고 우리 아이들의 건강권을 확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이는 국민들이 다음의 세 부류에 속하기 때문이다. 첫 째, 자신의 일도 아닌 남의 분야(의료시스템)를 이해할 의사가 없는 부류가 있다. 둘 째, 의도적으로 쿠바 모델을 도입하기 위해 당장의 의료 체계 붕괴를 바라는 부류도 적지 않게 존재한다. 셋 째, 의료보험료의 증가를 우려하는 부류이다. *1 적어도 세 번 째 부류에게는 이렇게 묻고 싶다. “건강 보다 돈이 중요하십니까?”

- 문재인 케어 전에는 건강보험이 흑자였으며 문재인 정부는 한의원 보험 적용, MRI 보험 적용 등 우선순위에 없는 것에 막대한 재원을 쏟아 부은 바 있다. 이러한 사실은 문 정권의 낭비 정책을 바로 잡으면 수가를 올려도 어느 정도 완충시킬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리고 외국인들의 건강보험 재정 피해도 보완 작업에 있는데 이 부분도 건강보험의 수가 인상 능력을 일정 부분 확보해 줄 것이다. 회계사들의 정확한 계산이 필요하겠지만 무조건 두려워할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