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노인 부유한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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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를 손보겠다고 공약을 내걸자 대한노인회에서 발끈하고 나섰다. 이 제도는 진작에 세대간 파열음을 야기하고 있던 갈등의 씨앗이긴하다. 본래 이 제도를 문제 삼은 것은 좌파 진영이었다. 90년대에 방만한 경영과 요금 인상 억제 기조로 적자가 커지자 지하철 운영 주체에는 구조조정의 압박이 가해졌다. 그 때 구조조정을 회피하기 위해 노조 측은 노인들의 무임승차를 문제삼고 나섰다. 무임승차 인원에 성인요금을 곱하면 어마어마한 거액이 생기니 이 만큼 돈을 내고 탔으면 구조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였다. 이 논리는 더 발전해서 구조조정 압박의 원인 자체가 무임승차에 있다는 주장까지 된다. 물론 이는 잘못된 논리다. 무임승차 제도가 없다고 가정하면 노인 탑승 횟수는 지금과 달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당한 금액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주장은 수 십 년 동안 좌파만의 전유물이었다. 빈약한 노인복지와 노인가난 속에서 얼마 안되는 노인 복지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노인 공경의 사회 문화 속에서 노인복지는 빈약한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데 그 나마 있는 복지 제도를 철회하자는 주장을 어느 정치인도 쉽게 입에 담을 수 없었다. 책임을 물을 대상이 모호한 것도 원인이다. 서울시는 중앙정부의 정책의 비용을 왜 광역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하냐고 주장하지만 이 제도는 지방자치제도 시행 전의 정책이다. 즉 서울시와 정부가 한 몸이던 시절의 산물인 것이다. 만약 서울시의 지하철 무임승차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게 되면 전국에서 왜 자신들의 세금으로 서울시민들의 복지를 지탱하냐는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나아가 너도나도 중앙정부에 막대한 자금으로 지하철을 건설하고 같은 복지를 제공해 달라고 나올 수도 있다.

사실 무임승차 제도는 가난한 노인을 위한 복지다. 산업화세대는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는 것이 당연한 세대였고 이 영향으로 한국은 노인복지가 매우 빈약했다. 국가가 아닌 자식의 몫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인식은 노후 준비라는 것을 하지 않는 결과를 낳았고 재산이 있어도 자신을 봉양하는 자식이나 장자에게 냉큼 증여해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러한 현상은 2000년대 초에 증여 취소 소송이 줄을 잇게 되는 것과 이어진다. 이러한 빈곤한 상황에서 무임승차 제도는 노인복지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86세대가 정치적 주도권을 쥔 채로 노인에 진입하게 되면서 노인복지가 증가하게 되었고 이들은 노후대비를 시작한 세대이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큰 노인복지라는 좌파 정권의 소위 ‘집값 폭등 정책’의 가장 큰 수혜자이기도 하다. 새로 등장한 부유한 노인층을 보면서 젊은 세대는 무임승차 까지 하는 것은 과한 복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더 나이든 가난한 노인들은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수도권 철도의 운영주체는 30년째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구조조정과 노조의 철밥통의 조합이 하청업체 직원의 죽음을 만들어내는 사고 까지 야기 할 정도로 마른 수건 까지 짜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유한 노인들까지 등장하면서 대중은 특히 청년층은 무임승차제도에 어떻게든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분명히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고 이를 위해서 누군가는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내야하기는 하다. 하지만 그 내용의 급진성이 없더라도 갑작스럽게 꺼내드는 것은 가난한 노인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이준석 대표의 발언은 늘 하던 방식이지만 약자에겐 정치적 폭력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렇다고 “망언”이나 “폐륜”이라고 말하는 것 역시 지나치게 고압적이고 청년들의 거부감을 자아내는 반응이다. 어쩌면 한동훈 비대위장의 사과로 대한노인회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간 것일 수도 있다.

국가적 아젠다에 비하면 지하철 무임승차는 너무 사소한 주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소한 사안에 대해서도 각 정치 주체의 주고 받음이 이렇게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은 우리 정치의 미숙함을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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