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큰 표 차이로 더불어민주당에 졌다. 운동권 진영에서는 벌써 부터 기쁨에 가득차 ‘정권 심판’이 국민의 뜻이라고 외치고 있다. 물론 일면을 보자면 그런 부분도 없잖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해석할 수 있으면 누구나 정치를 잘했을 것이다. 이번 선거는 기본적으로 지난 지방선거와 결이 달랐다. 본래 강서구는 지난 지방선거 이전 까지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노현송 전 구청장이 세 차례 연거푸(노 전 구청장은 총 네 번 구청장을 역임했다.) 당선되어 12년 간의 장기집권을 했던 지역이다. 지방선거에서 구청장 선거는 다분히 시장 선거의 영향을 받으며 그렇기에 시장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정당의 구청장 후보가 후광을 입는 부분이 있다. 김태우 후보는 후광 없이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에서 싸운 것이기 때문에 2022년 지방 선거와 절대로 같은 지형에서 싸운 것은 아니다.
실질적인 패배 원인은 네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정치판의 흐름인데 바로 직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것이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관망하던 중도성향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확 쏠린 부분이 있다. 두 번 째는 405060세대의 뿌리 깊은 여당 혐오이다. 이들 세대는 확고하게 상수(常數)로서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고 보수 진영을 비토하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야당으로서는 늘 자신의 편이 있는 것이고 여당으로는 항상 극복해야 할 벽이 존재하는 것이다. 세 번 째는 김태우 후보 본인의 역량이다. 보수 진영은 이른바 ‘완성형 정치인’을 원한다. 김태우 후보는 보수 진영이 생각하는 ‘완성형 정치인’의 전형이다. 비록 학벌까지 댈 수 없지만 검찰수사관 출신에 청와대를 거친 빛나는 간판이 있다. 그리고 공무상 비밀 유설이 됬긴하지만 분명히 정권의 비리를 파헤친 공로도 있다. 문제는 보수 진영의 망상과 달리 김태우란 인물은 ‘완성형 정치인’과 거리가 멀었다는 것이다. ’40억 애교 발언’ 하나로만 그는 한참 단련되야 할 초보 정치인임을 증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방 선거 까지는 열정적으로 달려들었던 2030남성들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된 것이다.
이 패배에서 우리는 보수진영의 본질적인 문제를 볼 수 있다. 바로 필즉사의 각오가 없다. 필즉사의 각오가 없으니 남는 것은 권력에 대한 욕심 뿐이다. 명예욕이던 권력욕이던 아니면 성공한 사람의 장식품이던간에 필사적으로 자유 대한민국을 건설해 나가겠다는 각오를 가진 인물이 없다. 이런 인물이 있더라도 같은 각오를 가지고 있지 않은 보수 진영은 그를 인재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부담스러워하고 배척한다. 보수 이념과 소신을 간직한 이들은 그저 기업에서 생업에서 자신의 삶을 살 뿐 정치권에 발을 들이기가 쉽지 않다. 이념에 경도되어 원리주의자가 되어서도 안되고 사상에 푹 젖어 뜬구름을 찾는 사람도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념이 아예 없는 인물들도 역시 정치에 걸맞지 않는다. 하지만 보수 진영의 근본적인 문제는 이 이념에 대해서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념적 토대가 너무 얕아 이를 따질 능력 조차 없다. 겨우 가지고 있는 이념적 토대라고는 반공(反共)과 친미(親美) 정도이고 그 나마도 “공주님” 타령에 “각하” 타령을 곁들인다. 이런 집단에 무슨 각오가 있을까? 각오가 없으니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진영 차원에서 매달린 더불어민주당의 친명계에 이길 수 있을리 만무하다.
유권자들 대부분이 일개 필부들이라 하지만 이들도 다들 안다. 자신의 소중한 한표를 받아갈 자격이 있는 자들인지 아닌 자들인지 말이다. 자신의 표가 소중한 만큼 성심성의를 다 하는 진영에게 표를 주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사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