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견제, 당의 이념적 지향, 그리고 ‘선택과 집중’의 진정한 의미
이재명 대통령의 NATO 정상회의 불참 결정은 한국 외교의 방향성에 대한 중대한 질문을 던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서방 안보 연대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시점에서, 이러한 결정이 과연 국익에 부합하는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유럽 방산 시장에서 한국 무기를 노골적으로 견제하는 프랑스의 존재는 이번 불참 결정이 초래할 파장을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더불어민주당의 전통적 외교 스탠스까지 고려할 때, NATO가 과연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분 아래 포기될 수 있는 대상인지, 그 진정한 의미를 숙고해야 한다.
G7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다자 외교 무대에 나서며 ‘정상 외교 복원’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여러 국가 정상들과의 만남은 한국 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기회였을 것이나, 제대로 활용했는지는 물음표가 있는 상황이다. 뒤이어 발표된 NATO 정상회의 불참 소식은 G7에서 형성된 의구심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대통령실은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를 불참의 이유로 제시했으나, 국제 사회는 행위를 단순한 국내 사정으로만 해석하지 않는다. 오히려 NATO는 글로벌 파트너로서 한국이 반드시 참여해야 할 ‘선택과 집중’의 핵심 대상이며, 결코 등한시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NATO는 단순한 군사 동맹을 넘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라는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는 전 세계적 연대체를 상징한다. 이러한 중요한 회의에 한국의 최고 지도자가 불참하는 것은 유럽 국가들에게 한국이 연대에 덜 적극적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특히 최근 K-방산이 폴란드 등 유럽 시장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될 수 있다.
실제로 프랑스는 한국 무기의 유럽 시장 진출을 노골적으로 견제해 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미국산 무기와 한국산 무기 대신 유럽산 군 장비를 더 많이 구매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유럽산 우선 구매’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자국 방위산업 보호 및 유럽 내 영향력 유지를 위한 프랑스의 전략적 행보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대통령의 NATO 회의 불참은 프랑스 등 경쟁국들에게 “한국은 유럽 안보 연대에 대한 의지가 약하다”는 강력한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더욱이 이번 불참 결정은 이재명 대통령이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의 전통적인 외교 스탠스와도 연결되어 해석될 여지가 크다. 더불어민주당 내 일부 세력은 과거부터 자주 외교를 강조하며 미국 중심의 외교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해왔다. 특히 당내 다선 의원들을 통해 미국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강하게 표출되기도 했다. NATO 불참은 이러한 당의 기조, 혹은 미국의 이란 공격 등 일방적인 대외 정책에 대한 불만의 간접적 표출로도 비춰질 수 있다. 이는 국내 정치적 지지층 결집을 위한 메시지일 수도 있지만, 동맹 관계 내에서 동맹 파기를 획책하는 오랜 노력의 연장선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이 외교 파트너들에게는 한국의 대미(對美) 불신이나 특정 진영 외교에 대한 편향으로 해석될 여지가 높다.
정부의 ‘국내 현안 집중’ 주장은 표면상으로는 타당성을 지닌다. 그러나 외교는 국내 정치와 분리될 수 없으며, 국내 현안의 해결 또한 국제 사회의 안정적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NATO 정상회의는 전 세계 주요 민주주의 국가 정상들이 모여 안보, 경제, 기술 등 복합적인 글로벌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각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핵심적인 플랫폼이다. 이러한 자리에서의 부재는 단순히 ‘선택’이 아닌 ‘전략적 오판’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국이 강조하는 ‘가치 외교’와의 일관성에도 의문을 제기하며, 국제 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외교적 위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프랑스와 같은 전통적 우방국이자 경쟁국이 한국의 방산 수출을 견제하는 상황에서, NATO 불참은 이러한 견제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NATO 회의 참석은 단순히 ‘보여주기’ 외교가 아니다.
- 첫째, 우리의 안보와 직결되는 국제 안보 질서 논의에 직접 참여하여 국익을 대변하고 목소리를 개진할 기회를 제공한다.
- 둘째, 유럽 내 주요국과의 양자 회담을 통해 경제 협력을 심화하고 K-방산 수출을 위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 셋째, 대한민국의 국제 사회 내 위상과 책임감을 보여주며, 신뢰받는 글로벌 파트너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는 자리이다.
결론적으로, NATO는 국제 질서의 격변기에 대한민국이 반드시 참여하여 입장을 표명하고 국익을 확보해야 할 핵심적인 무대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NATO 정상회의 불참 결정이 과연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분 아래 대한민국이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기회를 상실한 것은 아닌지, 깊은 성찰과 함께 후속 조치가 시급히 요구된다. 이번 결정이 단기적 정치적 계산이나 특정 이념적 지향에 따른 것이 아닌,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장기적 국익을 위한 최선의 판단이었는지는 앞으로의 외교적 성과로 판명될 것 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