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이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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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 로비에서 단식 중이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방문해서 단식을 중단할 것을 권유했고 장 대표는 이를 받아들여 단식을 중단했다. 고위 당직자들 중 몇몇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전 대통령의 방문을 사전에 고지 받지 못했다며 전격적으로 방문한 것이라 주장했다. 몇몇 매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10년만의 정치 재게’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하는 것 같았다. 분명히 정치판 한복판으로 돌아온 것은 맞다. 집권 여당의 비웃음 속에서 단식의 정석을 고집하던 장동혁 대표는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었지만 단식을 풀 명분이 없었는데 이러한 당의 난처한 상황을 한 번에 풀어내 버린 것이다. 과연 ‘선거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던 정치 고수 답다.

몇 일 이 지나지 않아 24일이 되어선 또다른 정치 고수의 소식이 들려왔다. 이해찬 전 총리가 출장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했는데 현지에서 의식을 잃어 매우 위중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어차피 반대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냉소를 띄우는게 당연한 문화니까 그이들은 제외하고라도 좌파 성향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다지 술렁임이 포착되지 않았다. 정치인들만 반응할 뿐이다. 일국의 총리를 역임했고 그 이후에도 대통령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여러 번 킹메이커 역할을 하며 과파 진영의 절대적인 위치에 군림하던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가장 정치력이 강한 인물의 소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분했다. 그리고는 다음날 오후 5시 20분 경 그의 사망 소식이 타전되었고 그제서야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해찬 전 총리의 떠남은 평범한 유명 정치인의 작고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그가 손에 쥐었던 권력에 비하면 의외였다. 어쩌면 자신의 면모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았기에 권력을 가지고도 대통령에 도전하지 않았는지 모른다. 그런데 의외의 반응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령에 비해 젊어 보이고 건강한 모습과 나이에 비해 거동이 불편해 보였던 생전의 이해찬 전 총리의 모습을 비교하는 사진이 돌아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정치에 푹 빠진 사람을 제외하고는 노화가 다르게 온 것 같다는 반응 정도였다. 그런데 그 비교 사진의 모습이 너무나 강렬하다. 한 때 보수의 몰락을 가져왔다고 지탄 받던 사람이 ‘큰 어른’으로 대접 받고 좌파 최고의 권력자는 먼 타국에서 고국에 비해서는 부족한 의료 시설에서 급히 달려온 동지들에 둘러 싸여 세상을 떠났다.

누구의 삶이 더 나은지는 모르겠다. 동남아 까지 날라올 동지들이 있다는 것 자체로 충분히 행운아일지도 모른다. 다만 비슷한 나이의 두 사람의 모습이 의외였다. 몰락했던 이는 생기가 가득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대단한 권력자는 초라한 모습으로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며 인간사의 영욕은 사실은 모두 의미가 없고 그저 각자 자연의 한 조각들이 아닌가 싶었다. 개인적으로 필자의 나이대의 중년들은 좌파 성향이면서도 이해찬 전 총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젊은 시절 큰 혼란을 안겨준 그에게 원망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 나이대의 사람들은 그렇게 해서 우리 사회에 무슨 득이 있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데 오늘에 와서는 그런 것도 다 의미 없게 느껴진다. 오늘 하루만일지 계속 그럴지는 지금으로서는 모르겠다. 다만 노정치인의 평안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