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이 위기라는 사회적 주장은 수 십 년 째 계속되고 있다. 키워드를 “인문학”과 “위기”로 검색 엔진을 작동시키면 단번에 수 십 개의 칼럼과 기사들이 쏟아진다. 모두 인문학의 위기를 주장하는 칼럼과 기사들이다. 하지만 이들 주장을 살펴보면 인문학의 위기는 허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수 많은 교수들과 언론인들은 인문학이 퇴보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그 증거로 내놓은 것은 대학들의 인문학 학과의 폐과와 인문학 전공자들의 취업난 현상 뿐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인문학 교수들의 위기이고 인문학 학과 졸업자들의 위기지 인문학의 위기는 아니다.
혹자는 필자의 주장에 “연구자들과 학생들의 밥벌이가 안되는데 그 학문이 발전할 수 있는가?”라고 묻곤한다. 필자는 단호하게 “상관 없다.”고 반박한다. 어떤 학과던지 흥망성쇠가 있다. 사회는 끊임없이 변하는 유기체 같은 존재이다. 당연히 수요가 달라지고 학과를 원하는 수요도 달라지며 그렇게 학과의 흥망성쇠과 반복된다. 이과나 공과대학에서의 폐과나 정원 조정을 두고 아무도 과학의 위기나 공학의 위기를 말하지 않는다. 연구 환경도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이 그 학과의 발전을 보장하지도 않고 나아가 인문학의 흥망을 결정하지도 않는다.
폐과나 정원축소에 대한 이공계와 인문학의 시각 차는 과학과 공학은 학문으로 취급하지 않는 인문학 학과의 후진적 인식을 보여줄 뿐이다. 심지어 적지 않은 사회 구성원들 특히 노장년층을 중심으로 과학과 공학은 인문학 전공자의 통제하에 있어야한다는 발언을 서슴치 않을 정도이다. 철학자들이 국가의 대부분의 부와 권력을 차지하고 그 밖의 사람들을 사람으로 취급도 하지 않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을 감추지 않는다. 상업과 공업을 천시하여 알량한 농업 분야에서 그나마 부를 창출하면 그걸 철학자들이 몽땅 차지하고 압도적인 권력을 누렸었다. 그러나 지금은 과학과 공업이 창출하는 부의 양은 과거와 달리 압도적이며 이에 종사하는 이들의 인문학적 소양은 그 때의 철학자들에 뒤쳐지지 않는다.
과거의 인문학과의 전성기야 말로 비정상적인 현상이었다. 급격한 산업화로 국가에 부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인문학을 학문의 요체이자 전부로 여기던 사회적 분위기가 신설 대학마다 인문학과를 비대하게 건설했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많은 인문학자들이 필요했다. 그 잘못 끼워진 첫단추를 그리워하고 유지하려는 것이 사회적 흐름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현자를 자칭하는 인문학자들의 태도이다. 그렇게 많은 대학이 그렇게 많은 정원의 인문학과를 만들어냈으니 이제 폐교와 폐과의 흐름을 피할 수 없었던 것 뿐이다. 인문학은 위기인 적이 없다. 실수로 벌어졌던 호시절의 잔치판이 지나간 것 뿐이다.
인문학 전공자들의 취업난은 전공자들의 취업난일 뿐이다.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불황 속에서 누구나 취업난이다. 인문학 전공자들이 좀 더 힘들 뿐이다. 폐과나 정원이 줄어드는 것은 교수들의 제자가 줄어드는 것 뿐이다. 그렇다고해서 인문학이라는 학문이 퇴보했다는 정황은 없다. 증거도 없다. 증명되지도 않았다. 자신들의 탐욕으로 범벅이 된 시대착오적 망상과 욕망을 사회적 위기로 비화시키는 일은 없어야한다. 우리 사회에서 여론을 만들어내는 것이 당신들이지 않은가? 혼자 욕심에서 허우적거리는 것도 모자라 사회적 전략을 엉망으로 만드는 행동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