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내각 총리 대신(이하 다카이치 총리)는 2025년 11월 7일 국회에서 야당 의원의 “총재 선거 당시, 대만에 중국이 해상 봉쇄를 실행하면 ‘존립 위기 사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를 염두에 둔 것인가?”라는 질문에 “전함을 사용해 무력 행사가 수반된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 있는 경우다. 그런 상황이라면 집단적 자위권을 포함해 대응 가능하다는 것이 제 생각이다.”라고 답변한다.
이는 양안전쟁이 발발시 일본이 개입하겠다는 것을 천명하는 것으로 국제 사회에 받아들여졌다. 대만은 반색하는 반응을 보였고 중국은 극렬하게 끓어오르게 된다. 심지어 오사카 주재 영사는 “참수” 같은 외교가에서 입에 담기 힘든 단어 까지 동원해서 다카이치 총리를 비난했다. 갑작스러운 외교 소용돌이에 일본 외무성은 외교관들을 중국에 급파했고 고압적인 중국 외교관들에게 일본의 외교관들이 굽실거리는 듯한 사진이 공개되어 곤욕을 치뤘다. 중국 정부의 의도적인 망신주기였다. 중국은 그럼에도 부족하여 일본에 단체 관광객 송출을 중단했고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만지작 거렸다.
한국에서는 일본을 비웃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우파 유권자들 사이에도 티 나게 미국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줄타기 외교를 해야한다는 주장이 무게를 얻었고 좌파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중국을 건들여서 이득이 없으며 미국 대신 중국과 친해야 경제적 이득이 있다는 여론이 일었다. 특히 이들은 중국과 일본이 서로 한국을 자신들 편으로 두려 외교전을 펼치자 중국에 치우친 좌파 외교 노선이 옳았다며 자화자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런데 갑자기 분위기가 급반전되었다. 다카이치 총리가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치뤘는데 지난 8일 총선이 끝나자 자민당이 단독으로 316석을 얻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역사상 자민당이 얻은 가장 많은 의석수로 자민당만으로도 개헌이 가능한 의석수였다. ‘할말은 하고 당당한 일본’이라는 다카이치 총리의 비전에 많은 일본인들 특히 청년들이 호응한 결과였다. 외교적으로도 성과가 있었다. 총선을 몇 일 남기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서 다카이치 총리와 그가 이끄는 연합에 전면적인 지지를 표명한다”는 지지 선언을 트루스 포럼에 남긴 것이다.
서방세력으로서 중국과의 갈등이 불가피한 일본으로서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서 다카이치 총리는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음은 물론이고 지구 최강대국이자 동맹인 미국으로 부터 ‘가장 좋은 동맹’이라는 인증을 받은 것이다. 미국이 기존의 동맹에 ‘안보 무임 승차’를 불평하곤 했는데 다카이치 총리는 당당하게 일본은 동북아 안보의 한 축을 기꺼이 담당하겠다고 선언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이 추구하던 ‘정상국가 일본’의 모습에도 부합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경쟁자 중국의 분노를 샀지만 국민과 동맹 모두에게 호감을 얻은 셈이다.
우물 안 개구리는 바로 한국이었다. 안보에 돈을 더 써야 한다는 미국의 따가운 눈총은 그대로다. 국내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외교를 잘했다는 자화자찬이 짧은 유통기한을 끝으로 사라졌다. 대만에게는 여전히 자유진영의 배신자로 남았다. 그렇다고 중국이 한한령을 푼 것도 아니다. 도대체 얻은 것이 없다. 더욱 큰 문제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대신의 대승리와 미국과 일본간의 밀월이 한국에 어떤 의미인지, 입지가 좁아지는 것은 아닌지, 아예 관심 조차 없는 국내의 분위기이다. 격변하는 국제 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주역으로 여기고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고민하는 사회적 움직임이 필요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그저 국내 문제에만 몰입되어 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