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경제학 교양, 재개설 주장에 대한 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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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대학교 마르크스 경제학 교양과목 폐강을 둘러싼 논란이 ‘학문적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앞세워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대학 교육의 현실적 원칙과 논리적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할 때,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특정 교양과목의 재개설은 감성적 구호가 아닌, 대학 시스템의 본질과 운영 원리에 입각해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문제다.

1. ‘다양성’의 왜곡: 특정 비주류에 대한 특혜는 다양성이 아니다

재개설을 주장하는 측의 핵심 논거인 ‘학문적 다양성’은 그 자체로 숭고한 가치다. 그러나 이들은 ‘다양성’의 개념을 오용하고 있다. 대학 교육에서 진정한 다양성이란, 모든 학문 분파에 개별 과목이라는 ‘독립된 영토’를 할당하는 방식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의 주제를 두고 다양한 관점과 이론이 어떻게 경쟁하고 상호작용하는지를 비판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본질에 가깝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경제학개론’과 같은 포괄적 교양 과목 내에서 마르크스 경제학을 케인즈, 하이에크 등의 사상과 함께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이 올바른 다양성 확보다. 만약 ‘비주류’라는 이유로 마르크스 경제학에만 별도의 교양과목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면, 오스트리아학파, 제도학파 등 수많은 다른 비주류 경제학 분파와의 형평성 문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는 보편적 다양성이 아니라 특정 학파에 대한 예외적 특혜를 요구하는 것에 불과하며, 오히려 학문 생태계의 공정성과 균형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2. 데이터의 외면: 입증된 ‘수요 부재’와 ‘이벤트성 관심’의 착시

대학은 학문의 전당인 동시에, 학생들의 교육 수요에 부응해야 할 책임이 있는 교육 기관이다. 마르크스 경제학 교양과목 폐강의 직접적인 원인은 수년간 지속된 정원 미달 사태였다. 이는 해당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학문적 수요가 구조적으로 저조했음을 보여주는 가장 객관적인 데이터다.

최근 시민단체 주최의 강의에 160여 명이 참여한 것을 두고 ‘잠재적 수요’를 운운하는 것은 현상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정규 학점, 과제, 시험의 부담이 전혀 없는 일회성 시민강의에 대한 관심과, 한 학기 동안 꾸준한 학업과 평가를 감수해야 하는 정규 과목 수강 신청은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폐강이라는 사회적 이슈로 인한 ‘이벤트성 관심’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학업 수요’와 동일시하는 것은 명백한 논리적 비약이다.

3. 대학의 책무: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교육과정의 합리성

대학의 인적, 물적 자원은 유한하다. 따라서 대학 본부는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배분하여 전체 학생의 교육적 효용을 극대화할 책무를 진다. 수년간 학생들의 외면을 받아온 과목에 교수와 강의실 등 귀중한 교육 자원을 계속 투입하는 것은 자원의 명백한 비효율적 배분이다.

이는 마르크스 경제학의 학문적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한정된 교양과목 체계 내에서 이 과목을 유지하는 것이 다른 잠재적 과목들(예: 데이터 과학 입문, 기후변화와 사회 등)의 개설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는 기회비용의 문제다. 대학은 과거의 관성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정신과 학생들의 지적 요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을 혁신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마르크스 경제학 교양과목의 폐강은 특정 학문에 대한 탄압이 아니라, 형평성의 원칙, 데이터 기반의 수요 예측,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라는 대학 운영의 보편적 원리에 따른 합리적 결정이었다. 진정으로 학문적 다양성을 위한다면, 특정 과목의 부활을 주장하기보다 모든 학생이 수강하는 핵심 교양과목의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다양한 관점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