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가 만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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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개헌을 들고 나왔다. 의원내각제를 하자는 것이다. 참으로 여야를 떠나 수 십 년 간 국회의원들의 숙원이었으니 지치지도 않는다고 평가할만하다. 국민의힘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말로가 대게 안좋은 것을 놓고”대통령의 잘못이 아니라 제도의 잘못.”이라고 평가했다. 지나가던 소도 웃을 지경이다. 다이아가 잔뜩 박힌 시계를 받은 영부인의 잘못이 아니고 기업에서 말을 뜯어낸 최측근의 잘못이 아니란 말인가? 다 대통령 본인이나 주변인들이 탐욕을 주체하지 못해 벌어진 일들이지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노회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논리는 허수아비 대통령이면 애초에 부정을 저지를 힘이 없다는 것인데 빈대를 잡으려면 초가삼간을 태워야한다는 것과 도대체 무엇이 다른지 알 수가 없다. 책임에는 권한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제가 강한 권력을 가진 것은 그 만큼 많은 책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권한을 이용해 부정을 저지르니 애초에 그만한 권한이 필요한 큰 책임을 없애 버리겠다니 현명하다고 칭송을 해야할지 울어야할지 고민되는 순간이다. 결정적 순간에 결정적인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사람이 아예 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 책임이나 떠넘길 것이 뻔한 그 나물의 그 밥인 정치인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의원내각제이다.

대한민국 정치가 그리고 대한민국 국회가 신뢰받는 존재라면 이런 칼럼을 애초에 작성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의 힘을 약화시키고 다수당이 내각을 구성한다면 결국 대한민국에서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직업을 가진 입법부의 구성원들이 행정부 까지 장악한다는 뜻이다. 대통령은 같은 정치인이 아니냐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신뢰할 수 없으니 정치인들 중에서 그나마 가려 뽑아 대통령으로 삼는 것이 아닌가 되묻고 싶다. 의원 개개인이 스스로를 믿고 떳떳한 것과 전혀 상관이 없다.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국민의 입장에서 세상에서 가장 미덥지 못한 사람들에게 3대 권력 기관 중 2 곳을 맏겨야하고 당신들 중 가장 나은 한 명을 뽑을 기회 까지 박탈당할 상황에 국민의 입장을 말이다.

상술한 것 외에 여러모로 의원내각제는 우리의 정치 풍토와 맞지 않다. 먼저 내각제를 오래 시행해 온 일본의 경우 관료 조직의 권한과 뚝심이 내각의 권력을 견제할 만하고 정치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꾸준히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환경에 있다. 하지만 우리 관료조직은 정치권에 강한 영향력 하에 있다. 한국의 관가(官街)를 지칭하는 ‘복지부동’이라는 말은 많은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지만 의원내각제가 왜 재앙을 일으킬 것인지도 보여준다. “실정의 책임을 바로 물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생각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 실정의 당사자가 정치적 사망이나 사법 처리를 겪어야 할 사안을 ‘조기 총선’으로 때우고 넘어가는 것도 가능한 제도이다.

더 문제는 영국이나 일본 같이 의원내각제를 도입한 국가들은 귀족정의 풍조가 아직 남아있지만 우리 나라는 없다는 것에 있다. 이들 국가는 상원과 하원에 해당하는 이중 구조인 ‘이원양원제’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상원에 해당하는 기관은 귀족이었거나 여전히 귀족인 유력 가문의 전유물이다. 비록 하원이 더 우선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원의 전신인 귀족원도 없는 상황이며 계급은 한국전쟁을 거치며 완전히 붕괴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원양원제’를 도입하자니 명분도 토대도 없다. 어쩌면 조국이 ‘가붕개 이론’ 에서 들켰듯이 지금 권력을 가진 자들이 새로운 귀족 계급이 되어 대대손손 지위를 물려주겠다는 의도는 과연 없을까? 그런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결과는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묻고 싶다. “전쟁에 의해서 겨우 타파된 계급을 왜 되살리려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