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우정치의 나라

민주주의 국가는 인구가 증가할수록 자국의 깨어 있는 민주시민의 수가 국력이 되지만, 마찬가지로 비례해 증가하는 중우(衆愚)의 퇴행적 압력 역시 견뎌내야 한다.

생물의 부피와 무게는 길이의 세제곱에 비례해 증가하지만, 그걸 버텨낼 근육과 뼈의 강도는 제곱으로 증가한다. 개미의 가느다란 다리는 본체의 몸무게를 버텨내고도 50배의 무게를 더 들 수 있다. 코끼리는 덩치에 비해 다리가 상당히 굵어져야 한다. 고래만한 동물은 바다에 떠 있지 않고서는 자신의 무게를 버텨낼 수 없다. 중요한 물리량들이 다른 속도로 증가하기에, 생물의 크기엔 한계가 존재한다.

원자핵의 양성자들은 전기적으로는 서로 밀어내고 핵력으로 서로 끌어당긴다. 양성자들만 모인 원자핵은 먼 거리까지 미치는 전기력이 짧은 거리에서 제한된 핵력을 압도하기 때문에 안정하게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원자핵이 커질수록, 전기적으로 중성이어서 인력만을 제공하는 중성자가 늘어나 양성자를 ‘희석’ 시켜야 한다.

한편 전자 간의 축퇴압으로 자신의 질량을 버텨내는 백색 왜성은, 태양 질량의 1.44배 이상이 되면 붕괴하여 중성자성이 되기 때문에 그 이상의 질량으로 존재할 수 없다. 중성자성 역시 태양 질량의 2.9배를 넘어서면 블랙홀로 붕괴한다. 그래서 태양 5배 질량의 중성자성은 없다. 그것은 천체가 태양 질량의 5배를 버틸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태양 질량의 5배를 버티는 천체를 더 이상 중성자별로 부를 수 없다는 뜻에 가깝다.

발달한 민주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상당히 긴 기간의 포퓰리즘과 중우정치 단계를 거치게 된다. 중국이 앞으로 가게 될 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중국의 한 정치인이 10억 명의 중우에게 1초에 1개씩의 문자테러(문자 행동이든 민주화든 이름은 아무래도 좋다)를 당하는 경우, 문자가 모두 수신되려면 31년이 넘게 걸린다. 인구가 천명 가량인 바티칸에서 교황은 추기경들의 문자 행동을 해프닝으로 웃고 넘길 수 있고, 3만 명인 모나코에선 약간 피해를 입으며, 수백만 명인 스위스에서는 조금 심각해진다. 5천만 명가량의 대한민국에서도 당장 와 닿는 심각성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 문자 테러가 민주국가로 가는 과정 자체를 망가뜨리는 심각한 위기가 된다. 대중의 마음에 들지 않아 31년 치의 문자를 받는 정치인들 중에는 중국의 히틀러도 있겠지만 대중이 알아보지 못한 중국의 처칠과 중국의 케네디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그들은 문자함을 비우다 쓸쓸히 여생을 마치게 된다. 10억 명이 넘는 인구를 가진 국가는, 자체의 미개한 군중을 독재로 억누르지 않으면 중우정치로 무너지기에 민주주의 체제로서 존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해 본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인구 10억 명이 넘는 나라에 강제로 민주주의를 도입하면 나라가 필연적으로 쪼개진다!

동물의 크기와 중성자별 이야기는 단순히 전체 질량에 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임계 질량을 넘어섰을 때 붕괴하는 현상이 또 하나 있다. 방사성 물질이다. 핵분열로 생성된 중성자가 연쇄적으로 다른 원자핵을 만나기 위해서는 일정량 이상이 모여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중력과는 다르게, 중성자 반사벽에 둘러싸인 등의 환경이나 뭉쳐있는 모양에 영향을 받는다. 임계 질량 이하더라도 중성자 반사벽으로 중성자를 되튕겨 주면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임계 질량 이상이라도 고리 모양으로 가운데를 비워 주면 연쇄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안아키처럼 스스로 도태되는 중우를 제외하고선, 중우의 수를 우리가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없다. 그것은 깨어 있는 시민이 늘어날수록 확률적으로 같이 증가하는 피할 수 없는 부산물이다. 그런데 중우의 행동 방식은 단순히 질량으로서가 아니라, 중성자에 의해 연쇄적으로 선동된다는 점에서 방사능 물질에 가깝다. 그렇다면 우리는 중우의 배치를 변경함으로써 이들이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버티지 못하고 붕괴하는 것을 막도록 기대해 볼 수 있다. 구심점에 지나치게 뭉치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이다.

대상에 적절한 거리를 두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달려들어 뭉치는 행동을 우리는 맹신이라 부른다. 학문에서는 천재의 직관적인 맹신이 뒤늦게 밝혀진 진리와 일치할 수도 있지만, 인간 사회에서 그것도 결점 없는 사람 없다는 정치계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봐야겠다. 그것은 2차원의 지구 표면에서 ‘진리’라는 중심을 찾겠다고 헤매는 것과 마찬가지 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서울이, 어떤 사람은 마리아나 해구가, 어떤 사람은 북극이 중심이라고 외친다. 개중 3차원의 존재를 깨달은 깨어있는 우중은 자기가 선 곳 바로 아래에 있는 지구 내핵이 진짜 중심이라고 외친다. 얼마나 큰 발견인가! 비록 지구 상의 모든 사람이 자기 발 바로 밑에 내핵을 두고 있다는 더 큰 진리를 놓쳤을지라도.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않고 거리를 둘 때, 우리는 우중이라 할지라도 자기 파괴적인 연쇄 반응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거리를 둘 줄 아는 우중은, 자신이 우중임을 염려하여 항상 경계하는 사람은, 태양 질량의 3배인 중성자별처럼 더 이상 우중이라 부를 수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한편 플루토늄의 어원은 플루토, 명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