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ührerreich : Prologue, 악마의 회귀.


 “ 후욱… 후, 쓰읍··· 후우… “
 
 ‘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있을 수 없는 일··· 내가 패배했다고? 아니, 아니다··· 독일 민족이 열등해서 패배했을 뿐이다. 나의 잘못이 아니야. 나는, 나는···! 위대한 지도자란 말이다. 위대한 초인에 가까운 자란 말이다···! ‘
 
 차가운 공기만이 느껴지는 지하벙커에서, 그와 반대되는 분노에 불타오르는··· 세계를 집어삼키겠노라고 떠들어대던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옆에서는 한 여성이 몸을 들썩이며 몸이 천천히 굳어가고 있었다.
 
 그는 그런 그녀를 애처롭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입을 뻥끗이기만을 반복할 뿐, 아무런 말을 하고 있지 못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그는 눈을 찡그렸다. 깊게 패인 마치 칼자국이 여럿 난듯한 그의 이맛주름은 그동안 세월을 증명하는듯 오늘따라 더욱 깊게 푹 파여있었다.
 
 ‘ 나는 항복할 수 없다, 도주할 수도 없다··· 내가 이곳을 떠난다고? 아니야, 나는 베를린을 떠나지 않는다. 절대로 떠날 수 없다. 위대한 내가 도망을 간다고? 아니야, 나는 도망가지 않아··· ‘
 
 이미 머리속이 텅빈듯 텅비지 않은, 복잡함의 끝을 고하고 있는 그는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 한 것 처럼 보였다. 그는 크게 심호흡을 하는가 싶었지만, 가슴속에서 올라오는 분노라는 감정이 그를 편하게 두지 않았다.
 
 계속해서 올라오는 무언가의 울분이 그의 가슴에서 부터 얼굴까지 올라와 숨을 쉬지도 못하게 만들었고, 얼굴을 더욱 붉게 불태웠다.
 
 “ 푸후우··· 후, 후우··· “
 
 그는 쓰러질듯 위태로운 발걸음으로 그녀가 죽어가고 있는 소파에 다가가 쓰러지듯 누웠다. 그러고는 그를 끝까지 응시하다 죽어버린 그녀의 눈을 감겨주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눈을 감겨주자, 그제서야 그녀의 얼굴은 평온을 찾은듯 보였다.
 
 그는 오른손에 발터 PPK를 들고 있었다. 정확히는 한 발이 이미 쓰여져 벙커의 벽에
 박혀있었다. 그렇다. 그는 자살을 한번 시도했었지만 실패했던 것이다. 남들을 죽음으로 몰게 하여놓고는 그 책임을 도피하려는 자살에서도 겁을 먹고 스스로를 죽이지도 못하는 추악한 악마의 실체와도 같은 것이었다.
 
 차가운 총구가 그의 관자놀이에 턱 닿았다.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는 위치. 말 그대로 손 하나 까딱하면 끝을 낼 수 있는 위치가 된 것이다.
 
  ’ 당기자, 당겨야 한다. 당겨야 모든 것에서 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이것을 행하지 않으면 간악한 유대 볼셰비즘의 수하 들이 나를 납치하여 서커스단의 동물처럼 끌고다닐 것이다. 그런 꼴은 절대로 나선 안될 일이다··· ‘
 
 그는 눈을 더욱 질끈 감았다. 그가 아끼던 애견 ‘ 블론디 ‘ 에게 청산가리를 먹였을 때도, 그의 연인 ‘ 에바 브라운 ‘ 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았을 때 보다도 더욱 질끈. 이마의 주름도, 꽉 쥔 왼손도, 찢어질듯 물고있는 입술도 어느때보다 더욱 강하게···
 
 “ 탕! “
 
 ···
 
 ‘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무엇부터 고쳤어야 하는 것인가?
 무엇을 하지 않았어야 하는 것인가? 무엇을 해야 했던 것인가?
 내가 미술대학에 합격하지 못한 것인가?
 맥주홀에서 폭동을 일으켰던 것인가?
 수감생활 도중 ‘ 나의 투쟁 ‘ 을 썼던 것인가?
 에른스트 룀을 죽인 것인가?
 수권법을 통과시킨 것인가?
 총리로서, 대통령의 자리까지 집어 삼킨 것인가?
 오스트리아를 병합한 것인가? 체코를 집어삼킨 것인가? ‘
 
 ···
 
 ‘ 잠깐, 방금 나는 내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는데···? ‘
 
 차가운 바람이 느껴졌다. 딱딱한 바닥이 아닌 푹신한 잔디가 느껴졌다. 풀내음과 함께 흙의 짙은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그리고 그는 조용히 눈을 떴다. 거대한 브란덴부르크 문이 눈 앞에 가득찼다.
 
 ‘ 아직 그대로 있던 것인가? 그 폭격속에서도? 소련군이 파괴하지 않았는가? ‘
 
 그는 눈을 이리저리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의 머리로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전쟁중인 베를린의 모습이 아니었다. 군인들의 함성도, 민간인들의 비명도, 폭격의 굉음도 들리지 않았다.
 
 “ 총통, 괜찮으십니까? 갑자기 넘어지시다니요. “
 
 ‘ 아아. 그리운 목소리다, 누구였던가···? 아, 마르틴. 마르틴인가. 아직 살아있었는가? 나는 어째서 지하벙커에 있는 것이 아닌가? 전쟁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
 
 입을 열어 소리를 내려해도 아무런 소리가 나질 않았다. 그저 벙긋벙긋, 입을 움직일 뿐.
 
 그렇게 입만 뻥끗이던 그의 눈에 점점 주변이 명확하게,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를 내려다보는 이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였다. 파울 요제프 괴벨스였다.
 
 “ 흠흠, 총통께서 잠시 발을 헛디디셨습니다. 돌뿌리를 한번 정돈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신년연설은 이쯤에서 마무리를 하고··· “
 
 “ ··· 괴벨스! 잠깐, 신년연설이라. 그렇다면 올해는 몇년이란 말인가? “
 
 괴벨스는 주변인들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부축을 받고 일어난 그가 겨우겨우 입으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아, 괜찮으신··· “
 
 “ 나는 괜찮으니 말이야. 자, 올해가 몇년인가? 1945년인가? “
 
 “ 재미있는 농담을 하시려는 모양입니다. 올해는 1936년, 날으로는 1월 1일입니다. “
 
 그렇다.
 세계를 집어삼키려 했던 최악의 악마, 독재자, 총통, 퓌러··· 아돌프 히틀러. 그가 과거로 돌아온 것이다. 그동안의 지식과 경험들을 고스란히 가져온 상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