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악이 재앙인 이유

운동권 진영이 추진하는 의료계 개편안에 의사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사실 의사 집단이 그다지 보수적인 직렬이 아님에도 이렇게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의료개악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방안이어서이다. 이번 정권의 의료개악은 크게 네 가지 정책을 가지고 있는데 첫 째, 공공 의대 설립, 둘 째, 한의학 건강보험 적용 그리고 셋 째, 원격 의료와 넷 째, 공공 병원 건설이 있다. 사실 의사들은 공공 병원 건설에는 큰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의료 환경에 큰 영향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 것 같다.

의료계가 가장 심각하게 보는 것은 공공의대 설립이다. 공공의대 설립은 단순한 정책 명칭과 다르게 여러 가지 정책이 복합적으로 담겨져있다. 먼저 지역 마다 공공의대를 별대로 설립하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 의대 정원이 현재 정원 외의 인원으로 의대 정원 확대의 정책이 추진된다. 또한 공공의대 출신은 지방에 의무 복무하게 만드는 지역의사 제도가 담겨져있다. 결국 공공의대 정책 하나만해도 세 가지 복합적 정책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 제도의 문제는 명확하다. 의사의 과잉 공급이다. 의사는 은퇴 나이가 없는 직업이다. 인구의 초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은퇴의사는 적고 매 년 삼 천 여 명의 의사들이 새로 공급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400명을 확대하면 의사 증가 속도가 약 10% 가량 증가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의사의 부족 현상을 겪지 않는다. 외국 병원의 긴 대기 시간이 종종 화제가 될 정도로 우리나라는 의사 만나기가 수월한 나라다. 그런데 현재 적정선의 의사가 존재한다면 의사 증가가 계속되는 현상태만 유지되도 몇 년 내로 의사의 과잉공급을 겪을 것을 자명하다. 그런데 그 속도를 10% 늘리면 더 빨리 파국을 만날 뿐이다.

정부의 전격적인 정책 추진 이후 많은 토론을 접하면서 의사의 과잉공급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의사의 과잉 공급은 결국 국가 차원의 의료 비용 증대를 낳는다. 대중은 의사들의 경쟁이 심화되서 수익이 주는 것은 의사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운동권 진영이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프레임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 의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의원들은 유지하기 위한 기본 매출이 존재한다. 의원의 수가 증가하고 이 의원들이 유지된다면 국가 차원에서 지출하는 의료비는 증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의사협회는 이 과정에서 의사들은 생존을 위해 알아차릴 수 없는 정도의 과잉진료가 유난히 발생할 것이라고 봤다. 이는 의료 서비스 질의 저하와 함께 건강보험의 고갈 그리고 가구당 의료비 지출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의료 서비스라고 부르니 무슨 선택 사항으로 느끼는 사람도 많으나 의료 질 저하는 비위급 환자에 있어서는 불편함이나 고통이지만 위급 환자에 있어서는 생존률의 저하를 의미한다. 소중한 생명을 취향 때문에 사회주의 때문에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다.

의무복무 의무가 직업선택과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도 매우 심각한 문제다. 자유 국가 국민의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그 뿐만 아니라 운동권 진영이 내세우는 목적을 전혀 달성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지방 일부 지역에 의사가 부족한 것은 정확하게 말하면 의원이 부족한 것이고 의원이 부족한 것은 의원이 유지될 수 있는 인구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수 많은 의사들이 의원을 설립하고 폐업하고 나가는 상황인데 의사의 증가 숫자를 늘린다고 이러한 현상이 해결될 리가 없다. 운동권 진영은 벌어지는 문제와 전혀 상관 없는 해결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의도는 뻔하다. 사실 의사 숫자를 마구 늘리는 것 자체가 목적인 것이다.

한의학의 건강보험 편입은 이에 비해서는 비중이 작지만 역시 십 수 년을 이어온 예민한 문제다. 한의학은 긴 세월 검증됬다고 알려졌지만 그냥 사용한 세월이 길 뿐 과학적 검증은 된 적이 없다. 그럴만한 과학적 기반이 성립된 것은 백 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이 정립되기 전 세월을 내세워 과학적 검증을 회피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 치료를 선택할 수는 있다. 문제는 그 비용이 건강보험에 전가되는 것이다. 수 많은 연구 결과는 한의학 같은 전통의학은 대부분 치료 효과가 없다는 쪽이다. 결국 비용만 발생하고 치료는 되지 않으니 다시 의학적 치료를 받아야한다. 기존의 의료비용은 그대로인데 한의학에 건강보험이 추가로 지출되는 것이다. 이는 막대한 재원 소요로 이어질 것이며 보험료 폭등을 가져올 것이다.

만약 보험료 폭등을 억제하려 한다면 결국 한의계가 배를 불리는 동안 의료계에 재정적 문제를 가중시키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런데 분명히 정부는 그렇게 할 것이다. 의료계에 재정적 문제를 가중시키면 첨단 장비의 도입 같은 것은 기대할 수 없다고 보면 된다. 지금도 필수 약품이 재원 문제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의료계는 첩약급여시범사업에 500 억이 소요될 때도 암 치료제 사용을 위한 수 십 억이 없어 처방을 막은 정부가 수 배가 되는 재원을 마구 써재끼는데에 큰 충격을 받은 바 있다. 이런 현상이 광범위하게 벌어질 것이 뻔하다. 그리고 첨단 의료는 첨단 장비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첨단 의료는 끝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의료질 저하에 대한 국민적 위기감이 없는 이유 중 하나는 굳건한 유명병원의 존재가 있다. 부산의 어느 노인이 긴급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 되자 재빨리 고속철도를 이용해서 서울대병원에 가서 수술 받은 사례는 유명병원 의존 사례로 탄식을 자아냈지만 사실 달리 생각하면 소수의 유명 대형병원이 굳건하게 의료의 마지막 보루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기도 하다. 하지만 의료질 저하가 발생하면 이 마지막 보루도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유명 병원에 대한 의존이 가중될 것이고 이제 자신이 서울대 병원이나 아산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자 한다면 잡힌 수술 날자가 자신의 제삿날 이후가 될 것이다. 아무리 대형병원이라도 자원의 한계는 있고 사람이 몰리면 모든 일정이 점점 뒤로 밀릴 것이기 대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고착화 될 것이다.

운동권 진영은 적어도 30년 전 부터 사회주의 의료를 추진해왔다. 십 여 년 전 까지만 해도 막연하게 무상의료를 주장했지만 이제는 구체적으로 쿠바 모델이나 영국 모델을 주장한다. 현재의 분위기는 쿠바 모델을 선호하는 것 같다. 하지만 사실 사회주의 체계기만 하면 별로 상관 없는 부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엄청난 숫자의 의사가 필요하고 또 하나는 자영업 형태의 기존 의료계가 완전히 붕괴해야한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모든 개업의들이 도산하고 이들을 고용해서 30호 40호 마다 진료소를 세워 무상으로 진료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시스템을 붕괴 시켜야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의료 서비스가 단절되고 사람들이 고통 받는 것은 상관 없다. 그것이 운동권이 보기에 옳은 길이니까 국민들은 고통을 감내해야한다.

운동권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형태를 ‘유일한 옳은 길’로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희생을 치뤄도 그것을 작은 희생으로 여긴다. 왜냐면 자신의 취향이 어떤 것으로도 비교할 수 없는 매우 큰 선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사회주의 취향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에서 혹은 그 결과로 많은 희생이 있어도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일 뿐이기 때문에 절대 꺼리지 않는다. 그리고 이 의대정원 확대 정책은 그러한 사고방식에서 나온 희생을 고려하지 않는 사회주의 의료모델 밑거름 만들기이다. 거기다가 반서방 반과학 정서 까지 실현하기 위해 한의학에 의료 재원을 쏟아 넣는 제도 까지 완성하였다. 이러한 의료 붕괴의 피해자는 의사가 아니아. 의사들은 고급 기술자이기 때문에 이민을 가도 되고 의료가 붕괴되도 적어도 생계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환자들은 문제가 없을수 없다. 의료 비용이 늘어야하고 약품, 장비 문제로 떨어지는 의료 질을 감내해야한다. 그건 살 수도 있는 자신이 죽는 일이 확률의 문제일 뿐이라는 의미다. 이 모든 것이 그저 운동권 진영의 취향을 위해서 예정된 일이다. 이미 수 십 년 전 부터 희생양으로 점찍어진 사람들이 자신들이 희생될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의사들의 밥그릇만 논하는 세태가 한심스럽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어차피 18년 후엔 은퇴하거나 은퇴가 가까울 것인데 말이다. 의사들은 밥그릇 때문에 길거리에 나온 것이 아니다. 완전한 파국이기 때문에 길거리에 나온 것이다. 이것이 너무나 옳은 길이라 기꺼이 기다리다 죽겠다는 운동권 성향의 사람들이 간혹 보이는 것이 소름끼치게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