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라는 망상

운동권 진영이 적어도 이십년 동안 주장하는 주장엔 공공의료라는 것이 있다. 십 여 년 전 까지는 공공의료라는 말 대신 무상의료라는 표현을 썼었다. 무상의료가 실현되려면 모든 의료시스템이 국영이 되어야하니 지금의 공공의료와 맥락이 같은 표현이다. 이 공공의료라는 것은 분명한 실체가 없다. 80년대에는 분명 공산주의자던 자칭 합리적보수주의자들은 의사들이 국가공무원이 아니라 사업자인 것 자체에 분노하고 이를 타파하려고 했을 뿐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그렇듯이 이들은 의사라는 전형적인 부루주아지 계급인 의사들의 목을 조를 생각에 골몰했지 효율적인 국영의료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고민해 본 적이 없다. 물론 어딘가에 논문으로 구체적으로 정리해 둔 사회주의 학자가 있겠지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 십 년 동안 구호는 난무했지만 공공의료정책의 내용은 의료이슈가 나올 때 마다 땜질식으로 즉흥적인 아이디어가 덫붙여져 만들어졌다. 보건의료노조가 장악해서 세금이나 활활태우면서 나이롱환자가 가득한 부패의 왕국을 우파 정치인이 혁파하려 하자 의료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면서 수요가 턱 없이 적은 곳 마다 만약을 대비해서 국영 대형의료기관을 지어놓자는 아이디어가 대표적이다. 동경해 마지않았던 쿠바를 다녀오면서 정부가 운영하는 구멍가게 같은 진료소들을 보급하는 것도 운동권 진영의 공공의료 정책의 주요 아젠다이다. 이제는 공공의대라는 것을 만들어서 이곳 출신 의사를 의료사각지대에 강제로 근무시키자고 나왔다. 이오시프 동무가 되살아나온 듯 한 아이디어들이다.

공공의료정책의 핵심인 낙후지역의 대형병상 방안은 망상의 결정체이다. 모든 지역을 국영대형병원으로 완벽하게 커버하게 되면 수요가 병원 규모의 반도 안되는 지역도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병원의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인건비와 장비대여료 그리고 유지보수비가 집행되야 할 것이다. 결국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로 제공되지 못하고 단지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이루어 말할 수 없는 천문학적 예산이 매달 매년 공중분해 되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이 자칭 합리적보수는 그런 문제는 신경쓰지 않는다. 그런 것은 상위 1%에게 세금을 더 걷으면 되기 때문이다. 무슨 전가의 보도다. 지역에 있는 중형 병원의 인프라를 개선해서 지방에도 만연한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완화시키고 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전원 체계를 개선하는 방법은 생각지 않는다. 대다수 인구는 비낙후지역에 거주하고있으니 대부분의 국민들이 환자 없는 대형 의료기관 여러개를 마냥 유지하기 위한 천문학적 부담을 영원히 져야하는 족쇄를 구상하는 것이다.

국영 진료소 도입은 의료시스템을 뒤집어 놓아야하는 비싼 대가를 요구하는 사회변화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굳이 필요 없다는데에 있다. 우리 사회는 충분한 숫자의 ‘의원’을 지역 곧곧에 가지고 있고 이들은 친절할 뿐만 아니라 매우 저렴하다. 사회적 약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혹시 의료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대체제도 넘친다. 하지만 공무원들을 대해보면 알겠지만 국영진료소가 도입되면 갑을관계는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국영 시스템은 지역에 할당되기 때문에 대체제라는 것은 힘들다. 다른 구역 진료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더라도 지금 처럼 밀집되어있을 리가 없기 때문에 이동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한다. 경쟁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고객을 모시기 위해서 트랜드 기술을 익히고 새 장비 구매에 전력투구하지도 않을 것이다. 풀뿌리 의료의 퇴보다. 단점 뿐인 이 제도가 운동권 진영에게 너무나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국영이기 때문이다. 그 뿐이다.

공공의대라는 건 공공의료 정책 중 가장 추잡한 형태로 편입된 발상이다. 지방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 대학을 신설하고 의대를 신설하자는 발상에서 계속적으로 운동권 정치인들이 떠들던 아젠다를 결국 진영 차원에서 덥썩 받아들인 것이다. 물론 자신들의 국영의료체제 구상은 엄청난 수의 의사들이 필요하다는 발상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공공의대만이 학부모들의 마약 같은 매력을 발휘해서 탄력을 받은 것이다. 이는 결국 가뜩이나 공급 과잉인 의료시장을 더 빠른 속도로 악화 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의대를 희망하는 학부모들은 이런 부분을 알면서도 의대 입시의 문호가 넓어지는 것을 택할 수 밖에 없다. 운동권은 이걸 악용한 것이다. 어쩌면 시장을 교란시켜 “역시 시장에 맞길 수 없다.”라고 외치며 국영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떠나 강제로 의사를 배치하겠다는 공산주의적 발상이 제일 끔찍하다.

운동권 진영의 공공의료정책은 딱히 의료체계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과 무관하다. 이미 한국은 반공좌파 혁명가 박정희에 의해서 굉장히 국가 주도의 의료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시당초 국가가 더 개입한다고 해서 의료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가 제공된다고 보기도 힘들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부루주아지 계급인 의사들의 목을 조르는 것이다. 그래서 남들 보다 성적도 좋고 공부도 많이한 의사들을 진료소의 9급 공무원으로 밀어넣는 것이 저들의 욕구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가진 자본의 토양에서 공산주의가 옳았다는 걸 증명하려는 어리석은 욕망도 저들의 한 축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어떤 과제를 눈 앞에 둘 때 마다 그저 해결할 숙제가 나타난 것 뿐인데 자본의 실패로 규정하고 대안이라는 이름으로 소련이나 쿠바의 제도를 읊는 것이다. 그리고 우한 코로나가 창궐한 지금은 공산주의 의료제도를 읊을 차례고 말이다. 심지어 이제는 대도시에도 수요는 생각지 않고 대형 국영 병원을 잔뜩 건설하자고 덤비고있다. 현 위기상황에서도 병상이 극단적으로 부족한 적도 없건만 우한코로나 같은 언제 발생할지 모를 비상상황을 전담시키기 위해서 공급 과잉으로 대형병원들을 줄도산 시킬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기가 차다.

이렇게 우리의 의료체제가 그리고 누군가의 일터가 무너지기 일보직전에 와 있다. 저들이 바로 견제세력 없는 한국의 압도적 지배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