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을 생각해 본 적 없는 세대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소속 인천국제공항 근무자들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고용하기로 하면서 이에 대한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구직자들 특히 공사, 공무원 지망생들 사이에서 격화된 불만이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주로 20대들이다. 구체적으로는 정부 시책에 따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중소기업들과 거래를 끊고 인천국제공항에 근무하고 있는 이들 중소기업의 근로자들을 고용하는 것이다. 이들 중 특히 보안요원들이 혜택을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은 급여나 복리후생 면에서 사원에 대한 대우가 좋기로 알려져있다. 반면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대우가 이들만 못한 경우가 많다.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는 인천국제공항 근무자들 중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소속되지 않은 근로자들은 중소기업에 소속되어있고 이런 상황을 이유로 인천국제공항공사에 고용되는 것을 매우 기뻐하는 분위기이다.

봉급이나 복리후생 등 사원에 대한 처우 차이는 입사자들의 능력을 가른다. 처우가 좋은 기업에는 인재가 몰리고 시험을 통해서 더 높은 능력을 보유한 사람을 채용하기 때문이다. 처우가 좋지 못한 기업은 지원자가 적기 때문에 입사자를 가려 받을 처지가 되지 못하고 높은 직무 능력을 보유한 직원을 기대할 처지가 되지 못한다. 지원자라면 대부분 채용해야 하고 잠시 머무는 뜨내기 근로자도 채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시험이라는 것이 직무 능력을 완전히 가려낼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다. 다만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수단이긴 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만약에 직접 보안 요원을 채용한다면 기존 공사 직원들과 같은 처우를 받는다고 생각했을 때 많은 훈련이 되어있는 인재들을 고용할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많은 학습과 훈련을 반복하고 있는 수 많은 경찰공무원, 소방공무원 지망생들 일부가 지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차후에는 공항공사 보안직 지망생들이라는 집단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따르면 이러한 훈련한 인력을 채용할 수 없다. 중소기업이 아르바이트라고 불리는 단기 일자리 사이트를 통해 지원자가 있을 때 마다 결원자를 채우기 위해서 대부분 채용한 근로자들로 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은 두 가지 중대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양질의 일자리 특히 국가가 제공하는 일자리는 지원자들 중에서 시험을 통해서 공정하게 실력에 따라 배분된다는 공정성이라는 사회적 원칙을 침해한다. 둘 째, 상술했다시피 막대한 인건비를 추가 지출하면서도 다량의 훈련과 학습을 쌓은 인재를 채용할 기회를 잃는다. 저임금을 감수 할 수 밖에 없는 저숙련 근로자나 뜨내기 근로자들을 고임금을 주고 은퇴할 때 까지 고용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자격을 증명한 자에게 자리를 준다는 한국 사회의 대원칙을 아주 간단하게 짓밟아 버린 것이다.

이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이는 운동권 진영 특히 86세대의 반응은 이해할 수 없다는 식이다. 심지어 실력에 따라 고임금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특권의식이라 비판하는 86세대 정치인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도대체 이들은 왜 그럴까? 그것은 이들이 공정함에 대해서 단 한번도 고민해 본 적 없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오직 자기 세대의 권력 획득만이 유일한 추구 대상이었던 이들에게 공정함이 무엇인지는 상대를 비난할 때나 잠시 생각해 본 주제일 뿐이다. 공정함에 대해서 고민한 적이 없는 이 세대에 있어서 공정함이란 다른 사회 원칙과 마찬가지로 ’86세대가 원하는대로 되는 것’이라는 규칙으로 대체되어있다.

이들에게 있어서 사회적 책무는 다른 세대에게 모든 과실은 자기 세대에게 할당되는 것만이 옳은 결과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차지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면 그것을 누구에게 할당할지 자신이 원하는대로 되는 것이 정의다. 즉 86세대가 어느 순간에 수 만 명의 근로자들에게 공사 정규직을 제공하겠다고 하면 그 자체로 정의인 것이다. 86세대가 그것을 원했으니 말이다. 그것이 공정한지 아닌지 부도덕한지 아닌지 고민한다는 것 자체를 이 세대는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는 것이다. 물론 이들도 사회적 기준이 어떤지 모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특권의식이라던가 공부 더 했다고 안한 사람 보다 좋은 일자리 원하는 건 정의롭지 않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물론 인천공항공사가 정규직을 대대적으로 늘리면서 기존 업체와 계약만 끊고 모두 신규 채용을 진행한다면 경쟁력이 부족한 기존 업체 직원들은 일자리만 잃을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공정성이 중요해도 하루 아침에 수 천 명의 일자리를 없애버리는 것도 옳다고 볼 수는 없다. 아무리 냉정하자고 해도 인지상정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가가 나서서 국민들의 일자리 수 천 개를 하루 아침에 밀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공정이라는 가치가 퇴색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가치 충돌 때문에 과거 정부들도 정규직 확대 정책을 펴면서도 운동권 정부 처럼 이런 과격한 정책은 선택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운동권 정부는 이런 부분을 신경쓰지 않는다.

인천공항공사의 타회사 소속 근로자 고용 문제에 있어서 이해할 수 없는 운동권 진영의 태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운동권 진영 특히 86세대의 가치관에 대해서 이해해야한다. 그들의 최고 가치는 86세대가 원한다는 것이다. 86세대가 바라는 것 자체로 공정성이던 도덕성이던 세상 어떤 가치관이던 확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근조근 따지며 불공정함을 따지는 20대 구직자들에게 86세대는 분노를 표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공정하기도 하고 정의롭기도하고 가장 효율적이기도 하다고 인정받아야한다. 이는 국민연금 논쟁에서도 정년 연령 변경 문제에서도 반복해서 관찰되는 태도다. 하지만 사회적 체면 때문에 차마 이런 발언은 할 수 없기에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 국가의 권력은 저들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