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 상황이라면 다른 결정을 할 수 있을까?

911 빌딩에서 뛰어내리는 사람은 뛰어내리면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뛰어내린게 아니 고화씨 1000도가 넘는 열기를 버티지 못해10초뒤의 죽음으로 맞바꾼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비행기에 매달린 사람은 매달리면 미국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매달린게 아니고 탈레반의 총에 쓰러지는 사람들을 보고 달아나다 공포에 질려 뭐라도 붙잡은 것이다. 설마 사람 있는데 깔아뭉개고 출발하겠어 제발 짐이라도 버리고 몇 명이라도 더 태워 흥남철수하지 않겠어 그런 희망도 없진 않다. 인질들이 자기 죽어서 묻힐 구덩이를 스스로 파는건그 삽으로 테러리스트와 싸울줄 몰라서 계속 파는게 아니다. 구덩이라도 파면 적어도 고통스럽게 죽이진 않지 않을까 혹시 구덩이를 파는 동안에 마음이 바뀌거나 정부군이 구출하러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어떤 동일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한둘도 아니고 수백명이 그러고 있다면 내가 그 자리에 있더라도 비슷하게 행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불완전한 정보와 급박한 상황에서내 판단을 믿을 수 없을 때, 다수의 선택을 따라가는 것이 대개는 안전하다. 그렇게 믿어온 사람들만이 살아남아 자손을 남겼다. 안전한 곳에서 다 일어난 일들의 결과를 보고미련한 인간 군상들에 대해 논하는 건 의미가 없다. 나도 비행기 붙잡고 있다가 어차피 추락해서 죽느니 그냥 총에 죽거나 수용소로 끌려가는게 낫다고는 보지만, 그 사람들이라고 왜 그걸 몰랐겠는가. 뭘 해도 어차피 죽는 상황에서 확률 0.1%의 차이를 스마트하게 논하기 전에 그들의 절박함에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불에 타 죽는게 아플지 추락해 터져 죽는게 아플지 그런 고민을 할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 말이다. 그게 우파들이 결국엔 안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