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위해 말하기

윤석열의 ‘부정식품’은 다음과 같이 선해가 가능하다. 아니 원래 이런 의미였을 것이다: “제철과일과 신선식품이 아니면 팔지 못하게 하는 정책보다, 비록 정크푸드일지언정 배불리 먹을 수 있는 햄버거 피자도 허용되는 편이 낫다.”

이 해석이 맞다. 윤석열이 최소한의 상식이 있는 대선주자여서가 아니라, 사람이라면 그런 의도로 말했을 것이다. 설령 악의가 있더라도 그렇게 불리한 발언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 부정식품은 음주운전과 달리 옹호해서 얻을 정치적 이득이 부재한다. 부정식품을 최대한 악의적으로 해석하면 ‘알몸으로 담근 김치’일 텐데, 윤석열이 이재명도 아니고 그렇게 생각할 리가 없잖은가. 실제로 결식아동들에게 정크푸드를 먹일 수 없다는 이상주의 때문에, 결식아동들은 편의점에서 흰 우유밖에 먹을게 없다. 바나나맛 우유는 첨가물 때문에, 도시락은 염분 때문에, 과채주스는 설탕 때문에 안 된다.

그런데 정치는 이해를 돕기 위해 좋은게 좋은 거라며 대충 풀고 넘어가는 단원 예시문제가 아니다. 예시문제는 오류가 있더라도 오타가 났나보다 하고 대충 넘어가지 시시콜콜 따지지 않는다. 하지만 수능처럼 문제 하나에 따라 대학이 갈리는 운명이 된다면 목숨을 걸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평소에야 특별한 언급이 없는 한 ‘실수’ 안에서 답을 구하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더라도, 수능에서는 허수를 제외한다는 단서를 명확히 달아야 한다. 교육적인 목적이 아니라 그때부터는 법적인 목적이다. 고등학생 대상으로 낸 문제라도 대학교수가 풀어도 답이 달라지지 않아야 한다. 괜히 각종 전자제품에 쓸데없는 안내가 구구절절 달리는 것이 아니다.

윤석열이 애초에 그런 사람이라서 여기까지는 올 수 있었다. 정치질 안하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심지어 그게 옳기까지 하다)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성향은 검찰 내에서 도구적으로 매우 유용했다. 하지만 그 망치가 검찰 바깥으로 나와 ‘어디를 못질해야 할지’ 자율주행해야 하는 순간부터 그의 성향은 불리하게 작용한다. 여자한테 한눈팔지 않고 성실하게 집과 직장만 오간 모태솔로를 좋게 봐서 사귀었는데, 이성을 몰라도 너무 몰라 속이 터져서 연애하기 답답한 상황인 것이다.

나는 윤석열이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안다. 심지어 민주당조차도 그가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했는지 알았다. 만약 신 앞에서 윤석열의 진심을 알아맞추면 강남아파트 한채 (민주당 분들이나 음주운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물로 골라봤다) 를 준다고 했을 때 어떻게 해석을 할지를 생각해 보라. 하지만 그의 발언에는 이의제기를 할 약점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아무리 똑똑한 교수라도 이의제기를 많이 당할 문제를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적어도 수능 출제위원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적어도 수능출제 최종 검수위원이나 책임자로는 적합하지 않다. 그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다른 위원들이 받아들여 출제한다면 전설적인 문제로 칭송을 받을 것이다. 다만 ‘허수를 제외한다’는 조언은 참모들이 내 줘야 한다.

그에게는 그런 참모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