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맥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명맥들이 끊어져가고 있다. 대학교는 4년 주기로 돌아간다. 단체행사를 금지하는 거리두기가 1년간만 지속되었다면 다음 해의 대학교 문화는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게 이어져 나갈 수 있다. 1학년은 거리두기가 있었는지도 체감이 안 될 것이고 2학년은 학교행사를 못 경험해 봤다 하더라도 3학년은 신입생으로 참여해 봤다. 예전에 봤던 대로 하면 된다. 4학년은 신입생을 선배로서 받아봤다. 예전에 했던 대로 하면 된다.

하지만 2년간 유지된 거리두기는 신입생을 받아본 선배를 없애고 3년간 유지된 거리두기는 과 행사를 경험해본 대학생을 없앤다. 행사가 없는 대학생활이 뉴 노멀이 된다. 하지만 행사는 언젠가는 재개해야 하기에, 기존과는 많이 달라졌더라도새로운 전통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기존에 있었던 악습이 과연 우연적 전통 때문인지, 인간의 본성 때문에 나오는 필연인지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대학교에 5년 이상 머문 고학번들이 농경사회의 어르신들처럼 다시 대접받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축제 주점에서 파전에 쓸 파가 모자라면 잔디를 깎아 부치면 된다는 지혜를 전수해 준다. 클로버가 나오면 당첨 한판 더.

군대는 2년 주기로 돌아간다. 비록 해당 부대에 몇 년간 복무하는 장교와 수 십 년 간 그 자리를 지킨 부사관이 있다 하더라도, 군대 문화는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병’들이 이끌어간다. 징집병이 없으면 업무를 아예 하지 못하는 간부들도 널렸다. 업무 인수인계도 전역하는 장병이 새로온 후임에게 직접 인계하고 간다. 예비군 훈련이 1년간 금지되면 괜찮다. 병장이 전역했어도 이병이 봤던 대로 하면 된다. 그런데 예비군 소집이 2년 이상 중단되면 예비군 훈련을 겪어본 예비군 소속 현역 병사가 없어진다. 사실 예비군 훈련은 예비군 본인들에게 보다 예비군을 소집하고 훈련시키는 동원부대 소속 현역군인들에게 더 큰 의미가 있다.

어차피 아예 안 나든 한번만 나든 언제가 될지 모르는 전쟁 보다 매일매일 치러지고 있는 코로나 전쟁이 더 중요하기에 뒷전으로 밀릴 수 있는 예비군이지만이제 예비군 전력은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봐도 좋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고 탈원전을 선언한 후로 원자력학과 신입생은 씨가 마르고 과학자들은 갈 길을 잃었다. 임기 5년은 새로 인재를 키우기에는 짧지만 50년짜리 기간산업을 영원히 재기불능으로 만들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흉부외과와 외상외과는 신입생이 없다. 가뭄에 콩나듯 들어오는 신규 인력과 노교수님 사이에서 실제로 가장 많은 일을 할 허리가 텅 비었다. 지금 비인기과를 전공하면 몇 년이 지나도 막내의 잡일을 도맡아 할지도 모른다. 정상화의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다. 텅 빈지 오래 된 지방병원에는 이제와서 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 해도 가르칠 사람도, 시스템도, 시설도 없다. 당장 내일 사람이 필요하다 해도 공급을 조절하는 데는 10년이 넘게 걸린다.

우주에 오래 머물다 돌아온 사람은 근육이 빠져서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아무리 오랜 시간 지구에 살았어도 상관없다. 지금 지구에 살아가는 모든 생물은 수 십 억 년 전 부터 이어진 계보가 단 한번도 끊기지 않았기에 가능한 기적의 산물이지만 그걸 자기 차례에서 끊어버리기는 일은 너무도 쉽고 취약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