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없이 에스프레소 마시기

지금은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편이지만 한국 사회에서 아직도 에스프레소를 즐긴다고 하면 동석한 사람들이 기겁을 하고 바라보는 경험을 흔하게 할 수 있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즐기는 아메리카노나 라떼, 카푸치노 등의 재료 처럼 쓰이는 에스프레소는 굉장히 쓴 맛을 내기 때문이다. 에스프레소 자체도 엄연한 완성된 음료인데 “원액”이라 부르는 것 자체가 에스프레소를 도저히 그냥은 먹지 못할 제조 과정에 투입되는 재료로 보는 시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에스프레소는 그냥 마시면 굉장히 쓰다. 원두나 로스팅에 따라 신 맛도 강하게 난다. 정말 그냥 먹기는 쉽지 않은 맛이다. 그런데 요즘 미디어에서 커피 전문가들이 이런 지적을 하기 시작했다. 에스프레소를 처음 발명하고 즐겨 마시는 이탈리아에서는 대부분 설탕을 넣어 마신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사람이라고 쓴 맛을 좋아하겠냐는 설명도 덫붙인다. 정말로 설탕을 넣으면 그 쓴 맛이 중화되고 약간 달달한 느낌도 나는 것이 에스프레소가 굉장히 쉽게 마실 수 있게 바뀐다. 비슷한 것을 찾자면 달고나가 씁쓸하면서도 달달한 다른 음식이 될 수 있겠다.

나는 오래 전 아내가 학생 시절 이탈리아를 여행한 이야기를 듣다가 그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 설탕을 넣어 마시니 너무나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원두가 만들어내는 그 쓰고 신 맛을 원초적으로 맛보아야하는데 그걸 설탕이 가려 버린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에스프레소를 잘못 배운 것인데 이미 나는 거기에 길들여지고 그 매력을 찾아버린 것이다. 주변에도 에스프레소를 즐기던 사람들은 설탕을 넣는 것이 본토 방식인 것을 알지만 습관 때문에 설탕을 넣지 않는다고 말한다. 참으로 작은 무지와 오해가 빚은 새로운 문화가 필자를 둘러 싼 작은 사회에 자리잡은 것이다.

인간이 구성하는 사회라는 것은 참 재밌는 관찰대상이다. 의도하지 않은 것들이 맞물려서 사회적 흐름을 만들어내곤 한다. 수 많은 사람들의 고민, 욕망 그리고 실수 같은 것들이 아무런 의도 없이 맞물려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인위적인 작업이 아니니 한 개인이 그 과정을 다 파악할 수도 없고 그 흐름도 눈에 잘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변화무쌍하고 알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렇지는 않다. 관심이 없었을 뿐이다. 그래도 가끔 꼼꼼한 시선으로 이런 흐름을 관찰할 수 있다면 그 만큼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행위는 드물 것이다. 잠시 이 세상의 관찰자가 될 수 있다.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가 된 것 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