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희생이 실패는 아니다

민통선에 들어가 북한과 유효사거리 안에서 서로 총구를 겨누는 GP, GOP 부대는 전쟁 개시후 5분 안에 전멸한다. 아니, 그들이 전멸함으로써 전쟁이 비로소 시작된다. 사전에 탐지할 수 없는 재래식 포탄이1) 먼저 진지를 타격한 후에야 우리는 반격할 수 있으니까. 선제공격을 당하려면 공격을 당해야 하니까. 원래 군대는 가망없는 전투에서라도 패배를 상정하지 않지만, GP는 1분, GOP는 5분을 버티는게 목표라고 내부적으로 대놓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어차피 전쟁 시작과 동시에 전멸할, 아니 전쟁 시작 직전에 전멸할 GP, GOP 부대는 경계에 실패한 것인가? 어차피 바로 전멸할 부대에 엄청난 무장을 하는 것은 낭비가 아닌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GP가 싸워보지도 못하고 개죽음을 당할지라도 1분이나 버텨주기에, 그 바로 뒤에 있는 GOP가 5분동안 포탄을 받아낼 준비를 할 수 잇는 것이고, GOP가 5분을 버텨주기에 후방부대가 10분을 버틸 수 있다. 그런 단계를 거쳐가며 우리는 예비군을 소집하고 미군이 증원되기 전에 함락되지 않고 버틴다. GP, GOP 부대가 어차피 반격 한번 하지도 못하고 죽을 거라며 훈련도 무장도 저항도 하지 않는다면, 첫 포탄은 그들을 무시하고 후방으로 떨어진다. 전방부대가 적에게 총 한발 쏘지 않고 전멸한다 할지라도, 적이 전방부대를 향해 포탄을 쏘느라 진격이 늦춰진다면, 전방 부대는 충분히 소임을 다한 것이다.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없다는 건 군대 내부에서 경계를 강조하는 의미로 하는 말이다. 아무리 초계함이라 할지라도 비대칭전력인 잠수함의 선공을 100% 탐지할 수는 없다. 그것은 개인의 한계도 한국군의 한계도 아닌 현대 과학기술의 한계다. 하지만 아무리 탐지 가능성이 낮더라도 초계함이 경계를 포기해 버린다면, 잠수함은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고 유유히 영해 깊숙이 들어와 바로 민간 시설을 공격할 것이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이 자생간첩이란 말은 결코 과장적 수사가 아니다. 북한에서 태어나거나 북한의 지령을 받지 않았어도, 북한을 위해 일하고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하며 국가 정체성을 모욕하는 자는 간첩과 다를 바가 없다.

  1. 대한민국 육군은 포병 부대에 대포병 탐지 레이더를 운영하고 있고 해당 장비는 재래식 포탄을 탐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군이 운용 중인 레이더는 AN/TPQ-36, AN-TPQ-37, Arthur-K 그리고 TPQ-74 등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오류를 바로잡습니다. 물론 대포병 탐지 레이더가 재래식 포탄을 탐지하더라도 제대로 회피하는 것은 시간상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부분의 의미를 굳이 적지 않아도 독자께서는 아시리라 믿습니다. –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