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 비판

수 년 전 유튜브에는 미국으로 보이는 장소에서 어느 여교수가 피아노를 치며 이런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녀는 “네가 남녀평등을 추구한다면? 너는 페미니스트야.”라고 노래했다. 하지만 이미 그 시기에 서구 인터넷 공간에서는 ‘페미나치(Femi Nazi)’라는 표현이 밈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영어권에서는 페미니즘이 좀 더 인기를 얻는 것과 동시에 나치가 소수인종에 가했던 것 처럼 남성에 대한 인종차별주의 성향과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확산되었던 것이다. 20대 중반 시절 필자는 스스로를 여대 소속 페미니스트 앞에서 페미니스트라고 내세우면서 “남녀평등을 추구한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그들은 굉장히 비웃으면서 필자를 페미니즘에 무지하다고 비웃었다. 그것은 그들이 믿는 페미니즘은 조금 다른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은 근본적으로 사회 자원을 분배하는 문제다. 특히 권력 부분이 크다. 페미니스트들이 젠더 권력을 운운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일단 이들의 시각은 ‘우리 모두 한국인’이 아니라 ‘우리 여자들과 경쟁 상대인 남성들’로 근본적으로 갈라치기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서 여성집단이 최대한 더 많은 권력을 차지해야하고 남성집단은 그 권력을 갈라야 하는 경쟁자로 본다. 한 사회의 권력이란 한정적이니 제로섬 게임이고 여성들이 최대 권력을 추구하면 자연히 남성들은 권력이 없는 2등 시민으로 떨어지는 것 밖에 없다. 그것이 페미니즘이 추구하는 바다. 남성 보다 더 많은 권력을 쥔 여성들이 여성들 보다 적은 권력을 가진 남성들의 우위에 서는 것 말이다. 애초에 도대체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국민들을 자신들 편인 여성집단과 경쟁자인 남성집단으로 분리해서 생각하는 세계관이 근본적 원인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페미니즘은 스스로가 남녀 평등을 추구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남성을 2등시민화 하는 것을 합리화하는 논리는 이 사회가 남성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에 여성이 더 많은 권력을 가져야 비로서 평등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페미니스트들이 현대 사회가 남성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것을 제대로 증명한 적은 없다. 자칭 사회 과학의 한 갈래라는 페미니즘이 자기 논리의 대전제가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증명해야 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고 그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의 존재를 증명한다는 순환논리도 진지하게 등장한다. 페미니즘 커뮤니티에선 여성들이 무제한으로 권력을 추구해도 결단코 기울어진 운동장은 해결되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남성들의 권리는 거의 박탈 상태 즉 노예화하고 여성들은 특권 계급이 되어도 겨우 남녀평등에 근접한 남성 우월 사회라는 뉘앙스의 주장도 보인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상황을 설명하는 비유일 뿐 그 자체가 현대 한국 사회의 모형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이미지 그 자체를 절대화해서 그것에 기반한 이론을 강요하는 것은 전형적인 프레임 강요이다. 오히려 우리 사회를 면면히 살펴보면 각 분야 별로 권력의 구도가 다르기 때문에 수 많은 저울이 펼쳐진 평지가 더 적합한 비유일 것 같다. 현재 다수의 저울들이 평형 상태에 있고 어떤 저울은 여성에 다른 저울은 남성에 기울어진 상태로 있다. 혹자는 이 기울어진 정도를 수치화 해서 0이 되면 평등 상태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 보다는 모든 저울이 평형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울어진 저울을 하나하나 찾아 기울어진 방향과 상관 없이 평형 상태로 만들어야한다. 하지만 페미니즘은 남녀 평등이 아니라 여성이 더 많은 권력을 가지는 것을 추구하고 이를 합리화 하기 위해서 기울어진 운동장 이론을 잘못된 형태로 강요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서 20대 남성들은 학교에서 여성들과 학업과 입시로 경쟁하면서 조급의 특혜도 얻지 못했고 사회초년생이기 때문에 남성으로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고사하고 그 누구에게도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기회 조차 가진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스트들은 20대 남성들에게 여성 보다 작은 권력을 가진 2등 시민이 될 것을 강요하고 그것을 합리화 하기 위해서 남성들이 여성 보다 더 많은 권력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현실을 왜곡한 프레임이지만 설득할 생각도 없고 증명할 생각도 없다. 페미니즘의 폭거에 저항하는 입장이라면 이 잘못된 대전제를 단호히 거부하고 집요하게 공격할 필요가 있다. 적대 관계인 남성과 여성으로 갈라치는 세계관과 함께 우리 사회에서 폐기해야 할 쓰레기 프레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