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ührerreich : #4. 라인란트를 위한 설득2

블룸베르크와의 사전 협의를 마친 히틀러는 이틀간 영화에 빠져 살았다. 그가 과거로 돌아왔다고 한들, 그리고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알고 있다고 한들 그것을 자신의 의지만으로 모두 바꿀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그 또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정도의 방향성을 갖고 그것으로 향하게 만들 수는 있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너무 조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조급함이 다시금 자신에게 패배를 안겨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미쳤을 때 즈음, 조금은 여유를 갖고자 영화를 다시금 보게 된 것이었다. 그의 집 지하실 한켠에는 그가 좋아하는 영화를 보기 좋은 꽤나 고급진 영사기가 있었다. 그 영사기의 옆에서는 영화의 필름들이 먼지 한 톨 없이 깔끔하게 관리되어 나무책장에 차곡차곡 꽂혀있었고, 그 밑에는 그가 손수 써놓은 영화의 제목이 붙어있었다. 히틀러는 조용히 자신의 보물창고에서 어떠한 영화를 볼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보이지 않는군. “

손짓으로 이리저리 휘휘 저어보던 히틀러는, ‘ 아차 ‘ 하고 손가락을 멈췄다. 지금은 36년, 히틀러가 찾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39년의 개봉이지 않았던가. 히틀러는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입맛을 다셨다. 분명 그로서는 아쉬웠을 것이 분명했다.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거대한 명작이 아니던가? 히틀러는 아쉬운대로 다른 영화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오랜만에 눈에 띄는 작품, 찰리 채플린의 첫 영화였던 ‘ 생활비 벌기 ‘ ( 1914 ) 였다. 그는 그 작품의 필름을 꺼내들었다. ‘ 달칵 ‘ 하는 소리와 함께 꺼내진 필름을 통해 그는 과거 만들어진 수작인 ‘ 모던 타임즈 ‘ 와 ‘ 위대한 독재자 ‘ 를 떠올렸다. 

“ 모던 타임즈가 언제 나왔던가, 아. 올해가 아닌가! 기대가 되는군, 위대한 독재자도 꽤나 재미있었지.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와도 한번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야. “

히틀러는 실은 찰리 채플린의 광적인 팬이었다. 40년에 개봉한 ‘ 위대한 독재자 ‘ 또한 나치독일 치하에서는 금지된 영화였지만, 히틀러는 포르투칼을 통해 은밀히 입수하여 두어번 시청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자신을 희화화 하는 영화까지도 즐겨 보았을 정도로 좋아했었던 것이다.

“ 아쉽지만 이것이라도 봐야겠군, 하지만 이 또한의미가 있지 않겠나. “

그는 익숙한 놀림으로, 필름을 보관통에서 꺼내어 영사기에 필름을 채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히틀러가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고있던 때, 요아힘 폰 리벤트로프는 히틀러에게서 보내져온 서신에 깊은 고심을 하고 있었다. 

[ 요아힘 폰 리펜트로프에게.

이번에 서신을 보내게 된 까닭은 한가지 자문을 얻고자 함과 동시에 나의 뜻을 지지해줄 의향이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오. 지난해 베르사유 조약이 폐기됨에 따라서 우리는 그동안의 우리가 잃어온 것들에 대하여 다시금 점유할 권한을 얻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우리의 군대를 다시금 라인란트로 배치할 수 있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요. 따라서 본인은 라인란트에 대한 군 배치에 대하여 진중하게 고려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이것을 행함에 있어서 외교적인 문제가 생길 가능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판단하건데, 영국과 프랑스는 이미 이탈리아의 에티오피아 침공에 대하여 그다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그들이 우리에게 크게 반발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관하여 긍정적인 답변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아돌프 히틀러 독일 총통 ]

“ 총통각하께서 이것을 보내심은 단순히 의견만을 묻고자 함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의 행동 및 지지를 요구하시는 것 같은데… 레오폴트 폰 회슈* 외무부 장관에게는 정황상 연락을 보내시지는 않은 것 같다. “

공식 직함으로서는 총통의 외교 보좌관이던 그는 외교부를 상대로 한 총통의 대리인과 마찬가지의 역할을 병행하고 있었다. 그로서는 히틀러가 라인란트 재무장에 대하여 생각을 자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어느정도 눈치는 채고 있었으나, 직접적으로 이렇게 언급을 받기는 처음이었기에 꽤나 고심스러운 눈치였다. 회슈 외무부 장관이라야 히틀러의 행동에 사사건건 반대를 던지는 사람이었기에 그에게는 이야기해봐야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조금은 머리가 지끈거리기도 했다. 그는 편지를 품에 넣어두고는 옷걸이에 걸쳐둔 외투를 꺼내 입었다. 

“ 잠시 산책이라도 하면서 방안을 물색해봐야 할 것 같군, 이거야 원. 무언가 좋은 방법이 있을지 잘 모르겠으니 머리라도 식혀두는게 좋을 것 같네. “

덜컥, 하는 소리와 함께 현관을 나섰다. 옅은 황색의 빛깔을 뽐내는 건물들의 깃대에는 하켄크로이츠가 새겨진 나치당의 당기들이 일렬로 매달려 있었고, 그 아래에서는 멜빵바지에 빵모자를 쓰고있는 아이들이 온 세상이 자기들의 것인 마냥 뛰어다니고 있었다. 고소한 버터내음이 물씬 풍기는 빵집의 앞에서는 부인들이 진열된 빵들을 하나하나 고르고 있었고, 국방군의 군복을 입은 장교 두명이 웃음기를 머금고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는듯 크게 웃고 있었다. 그 와중에 홀로 고민깊은 표정을 짓고 천천히 걸어가는 리벤트로프가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그림과도 같이 보였다. 

“ 아, 리벤트로프씨. 이곳에서 보게 될 줄이야. “

저 멀리에서, 짜리몽땅하고 다리를 쩔둑이는 이가 리벤트로프를 보고 반가운듯 소리쳤다.

“ 괴벨스씨, 반갑습니다. 어디로 가시는 길이신가요? “

파울 요제프 괴벨스였다. 선전선동의 대가, 현 직책으로는 대중계몽선전국 장관인 그는 어려서부터 골수염에 걸려 오른쪽 다리를 절게 되었던 사람이다. 

“ 잠시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리벤트로프씨는…? “

“ 아, 저도 그렇습니다만. “

악수가 가능할 정도로 서로 가까워지자, 히죽히죽 웃고있는 괴벨스의 얼굴이 훤히 보일 지경에 놓였다. 리벤트로프는 뭔가 괴벨스가 조금은 꺼림직했으나, 그 또한 독일의 중요한 지도층중 한명. 그런 사람을 리벤트로프가 굳이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 그렇다면 잠시 같이 걷는 것도 괜찮겠군요. 그보다도, 무언가 고민이라도 있으신지. 얼굴 빛이 영 거뭇거뭇하게 느껴지네요. 괜찮으시다면, 제가 도와드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

사람의 인상을 꿰어보는 것에는 히틀러 못지 않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던 괴벨스가 한눈에 그가 고민에 가득차있다는 사실을 꿰뚫어냈다. 그런 괴벨스의 말에 조금은 놀란듯 리벤트로프가 헛기침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 실은, 흠흠. 총통각하께서 한가지 서신을 보내셨었습니다. 라인란트에 군을 다시 진주시켜 그곳을 비무장지대에서 다시금 무장이 가능한 지역으로 바꾸고자 하시는 모양입니다만. “

괴벨스는 그다지 놀란 표정이 아닌, 그냥 무덤덤한 표정으로 리벤트로프의 말을 듣었다. 그는 천천히 손을 올려 자신의 볼을 비비적이다가, 그 커다란 코와 입을 손바닥으로 천천히 쓸어내렸다. 그러고는 곧장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것에 대해서는 보어만씨에게서 먼저 들은 바가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사견으로는, 아무래도 외교적으로 그것에 대해 프랑스나 영국등지와 협상을 벌여보자는 의도라기 보다는 국가 내부에서 그것을 강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신게 아닌가, 싶습니다. “

“ 그렇다면, 저로서는 그다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테지요. “

“ 강행을 한다고 한들, 결국에는 외교적 마찰이 수반될 수 밖에 없는 일이지 않겠습니까? 그에 대한 대비는 분명히 필요한 일이지요. 현 외무부 장관께서는 아무래도 반대를 할 가능성이 높으실 것이고… 총통각하께서 외교부에 정식으로 서신을 보내셨습니까? “

리벤트로프는 나즈막히 숨을 내쉬었다.

“ 아무래도 아닐 것 입니다. 제 생각에도 외무장관은 반대를 할 것 같으니 먼저 언질을 주지는 않으셨을 테지요. “

괴벨스는 천천히 걷던 발을 딱 멈추었다. 그러고는 리벤트로프를 보고 씨익 웃음을 지었다.

“ 아무래도 총통께서는 이 기회를 이용하시려는 모양입니다. 이에 대한 외교적 문제가 생긴다고 한들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적은 것이 사실이지요. 일단은 베르사유 조약이 무너졌으니 우리가 라인란트를 재무장 하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고, 그것을 프랑스가 저지하려 한다고 한들 군사행동으로 이어진다면 그들은 우리를 침공하게 되는 일. 지난 전쟁에서 큰 피해를 보았던 프랑스가 국내 반발을 무릎쓰고 전쟁을 벌일까요? 그건 아니란 것이지요. 더욱이 비무장지대의 의의가 무엇입니까? 자신들의 국경에 완충지대를 만들어 전쟁을 막고자 만든 것인데… 여기서 전쟁을 역으로 하려고 드는 것은 분명한 무리지요. “

리벤트로프는 괴벨스의 말을 진중한 표정으로 괴벨스의 말을 경청했다. 그러곤 이따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괴벨스는 그러한 태도를 보이는 리벤트로프를 바라보며 자신의 의견이 옳게 여겨진다는 사실에 기분좋은듯 약간 신이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따라서 외교적인 항의정도가 전부일 것인데, 그마저도 영국과 프랑스는 그다지 공조가 크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미 작년에 프랑스의 입장에서는 영국이 배신을 했지요. 독일 – 영국 해군조약등을 통해서 말입니다. “

“ 그렇지요. 그렇다면 크게 걱정할 것이 없겠습니다. “

“ 다만,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으니 말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각자의 위치에서 총통각하를 보좌하면 되는 것이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

리벤트로프의 표정이 조금은 밝아졌다. 괴벨스, 나름대로 박사학위를 받고 당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인텔리인 그의 말에는 핵심이 가득했다. 리벤트로프는 괴벨스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괴벨스는 그 손을 맞잡고 웃는 표정으로 함께 손을 흔들었다.

이렇듯 히틀러가 몇몇에게 따로 보낸 서신들은 강력한 전파력을 가진 바이러스와 같았다. 이런 서신들을 받아낸 인물들은 ‘ 자신이 히틀러에게 이런 연락을 받을 정도로 신임을 받고있다. ‘ 하는 생각과 함께 점점 더 강력한 히틀러의 추종자가 되어버리게 되는 것이었다. 서신을 받은 보어만은 당내의 친밀한 지도계층에게 관련 내용을 언급하며 설득했고, 괴벨스는 하급 당료들에게 여론을 조성하게끔 만들었으며, 그 관료들 또한 은밀하게 국민들에게 관련된 지지를 얻어내게끔 여론을 조성하기에 이르렀다. 블룸베르크 또한 괴링을 비롯한 국방군 최고위 지휘관들과 만찬을 가지며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에 따라 국방군은 대략적으로 두가지의 입장 차이를 보이게 되었다.

한쪽은 히틀러에 적극 찬성하는 무리로 당장이라도 라인란트에 군을 진주시키자는 입장이었고, 다른 한쪽은 라인란트 진주에는 찬성하나, 너무 시기가 이르고 외교적인 해결이 우선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으로 갈렸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라인란트 진주 자체에는 반대하는 세력이 거의 없다시피 했었기에 히틀러와 군 최고지휘관들의 의지를 꺾을 자는 아무도 없다시피 하게 된 것이었다. 

히틀러는 자신의 영향력이 행사될 수 있는 곳에 직접 행동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신임을 얻을 수 있는 ‘ 기회 ‘ 를 주어 경쟁토록 만드는 방식을 꽤나 자주 선호했던 인물이다. 이번의 라인란트 재무장을 위한 국내 여론 조성에서도 또한 마찬가지의 일이었다. 히틀러를 향한 충성 경쟁은 다양한 이유로서 이루어졌다. 히틀러 본인에 대한 호감을 바탕으로 한 무조건적인 충성심, 히틀러의 다음가는 2인자에 등극함으로서 히틀러를 등에 업고 권력을 휘두르고자 하는 야심, 히틀러가 사망한 이후 자신이 제 2의 독일 총통이 되고자 하는 자들 등. 그러한 인간군상들이 모두 모여 과열된 충성 경쟁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아돌프 히틀러 또한 그것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러한 행태를 괘씸하게 여기기 보다,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에 해당했고, 이는 소련의 스탈린이 2인자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았던 것과 매우 대비되는 것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