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 너에게

뭔가 펜 자체를 잡는 것도 오랜만이야. 얼마 전에 인터넷 라디오를 듣는데 책을 읽어주더라. 예전에 네가 나에게 했을법한 아니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앓고 있었을법한 그런 이야기를 아주 담담하게 나긋나긋하게 읽어주더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혹시나 네가 듣지 않을까 오늘 일어나자마자 펜과 노트를 사서 무작정 카페에 와서 글을 써보고 있어. 지금처럼 여유 있을 느긋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 이런 시간에 글을 써 내려가는 게 나쁘지만은 않은 거 같아. 이곳은 카페 구석이야 내 앞에 누군가는 핸드폰을 보고 있고 카페 사장님은 방금 손님이 떠나간 자리를 열심히 치우고 있어.

내 눈앞에는 방금 나온 커피잔이 보이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식어가며 김을 모락모락 내고 있어. 너와 헤어지고 아니 정확히 며칠 전까지는 내가 이렇게 뭔가를 적어 내릴 거라 상상도 못 하였어. 지금 너는 무얼 할까 항상 궁금했고 알방 법은 없었지만 지금도 너는 나와 같은 공기를 마시며 이 지구 어딘가에 살아가겠지. 아 맞다 얼마 전에 학교에 들렀는데 참 많은 것이 변했더라. 처음 고백을 했던 그 술집도 데이트를 하면 항상 가던 그 감자 튀김집도 너와의 마지막 순간에 내 고물 오토바이에 너를 태우고 학교를 한 바퀴 돌아서 너를 내려주던 그 기숙사 앞도.

물론 나도 변했지 너도 변했을 거야. 그 뒤로 4년이란 긴 시간 속에 너와의 모든 것 중에 마지막으로 변하지 않은 건 너에게 하고 싶었던 말 한마디일 거야 물론 더욱 긴 시간이 지난다면 이조차 다른 일들에 치여 색이 바래지 않을까 걱정을 잠시 해봤어. 혹시 기억하는지는 모르지만 네가 나에게 선물한 라이터와 지갑 기억하니? 이제는 내게는 없는 물건이 되어버렸어. 지갑을 잃어버렸을 때는 너와의 추억이 연결고리가 하나 사라져 버리는 거 같아 사방팔방으로 찾아다니고 현상금 벽보도 붙여 찾아봤지만 돌아오지 않더라 한참 후에 생각을 해보니 그때 너를 조금은 놓은 것 같아.

그다음 라이터는 한 달쯤 전에 커피를 사들고 야외에 앉아 담뱃불을 붙이는데 너와 비슷한 사람이 지나가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나를 느껴서 자리에서 일어날 때 그 자리에 두고 왔어. 담배를 끊었냐고? 물론 아니지 지금도 하나 태우고 왔어 불을 끄고 들어가려는데 고양이가 보이더군 아마 근처 집에서 카우는 고양이인 모양이야 내가 쪼그려 앉아서 계속 쳐다보니 다가오더라고 한번 쓰다듬어주니까 획 돌아서 유유히 골목 속으로 사라져 버렸어 아쉬움에 한참을 바라보다 다시 자리로 돌아왔어. 무슨 이야기를 이야기를 이렇게 빙빙 돌리고 다른 이야기만 하냐고?

헤어질 때마저도 그렇게 상처를 받고 아파하기 했던 나를 보면서도 밥 꼭 챙겨 먹고 많이 아파하지 말라고 조금만 힘들었으면 좋겠다고 걱정하던 너에게 “나 이렇게 잘 지내고 있어 잘 지내고 있어 걱정하지 마”라고 이렇게 말하는 거야. 아 커피가 거의 다 식어가네… 언제 포기할지 모르는 결심이지만 계속 이렇게 글을 써보려 해. 나를 걱정하던 내 마음을 알아주려던 너처럼 나도 혹시 누군가의 기댈 곳이 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면서. 그때의 네가 이걸 안다면 또 걱정을 하겠지 참 힘들고 아플 텐데 괜찮냐고 말이야. 너의 말을 끌었어 대답을 해 보려고 내가 더 잘하면 안 되냐고 물었을 때 네가 그랬잖아 다른 사람에게 잘하라고 상처 주지 말고 내가 준만큼 갚아주라고 네가 그랬었어. 나도 알아 힘들고 고될 거 하지만 너와의 마지막 약속 지키면서 살아가는 방법 중에 한 가지로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마지막으로 이제 슬슬 진짜로 하려던 말을 꺼내볼까 해. 미안하고 고마워 이 한마디 하기가 이렇게 힘들었네… 앞으로는 이런 말 하지 않으려고 진짜 마지막이니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