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뮤니티와 정치글

세간은 1999년 하나로 통신이 한국 최초의 초고속 통신 서비스인 ADSL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 사회에 월드와이드웹의 붐이 일어나게 되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ADSL 서비스의 시작은 분명 웹 서비스의 폭발적 성장을 야기했지만 그 시작이 되는 것은 전략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등장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옳다. 이 게임은 여럿이 즐기는 것에 방점을 둔 설계가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의 유행과 함께 기존에는 소수만 즐기던 멀티 플레이 방식을 선호하게 되었고 이를 포착한 사업가들은 이른바 ‘pc방’이라는 사업 모델을 도입하게 되었다. 본래 유럽이나 미국에 있던 인터넷 카페를 모방한 초창기 pc방은 도입 회선의 용량이 그리 크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당시 웹 서비스는 대부분 텍스트 기반으로 매우 가벼웠기 때문이기도 하며 특히 당시 KT가 기업들에 제공해왔던 회선 상품들의 용량이 고만고만했던 것도 이유다. 그로 인해 지금은 일반화 된 배틀넷 대신 로컬 아리아 네트워크 게임이 먼저 유행하게 되지만 사용자들은 빠르게 배틀넷 방식에 재미를 들이게 되었고 초창기 PC방들은 재빨리 회선의 용량을 늘려나갔다. 당시 PC방 마다 라우터를 교체하고 이를 사용하기 위해 렉을 구입하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리고 인터넷이 쾌적한 PC방의 환경은 당시는 이른바 PC통신 사용자들이 제공하던 PPP서비스를 통해 월드와이드웹에 접속하던 소수의 사람들에게 신세계를 제공하게 되었다. ADSL 서비스 도입과 함께 1999년에 론칭한 1세대 커뮤니티, 포털 사이트들은 1998년에 준비 과정을 거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 업체에게 사업성을 보여준 것은 이들 PC방의 등장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물론 이들 업체가 승부를 건 것은 ADSL 서비스의 도입이고 이 서비스의 도입과 함께 월드와이드웹 서비스는 폭발적 성장을 이룬 것이 옳다.

당시 나는 프리챌과 세이클럽에 주목했다. 하나로통신의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친구들과 서비스를 신청하여 이용하던 나는 친구와 각각 프리챌에 지금으로 치면 ‘카페’ 같은 것을 개설하고 글을 올리기 시작하였다. 이후 채팅만 즐기던 세이클럽이 ‘카페’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이곳에 카페를 개설하고 카페 회원이 적은 프리챌 대신 회원이 몰리던 세이클럽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2000년, 2001년 당시 인터넷 공간에서 주류는 당시 대학생이나 대학원생 신분이었던 90년대 학번의 20대 청년들이었고 지금의 40대인 그들은 당시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2001년 수능이 끝나고 가입한 KPUG(한국 팜 사용자 모임, Palm은 스마트폰의 원형이 되는 PDA 장비에 탑재된 모바일 OS로 당시 기염을 토하던 윈도우즈CE의 라이벌로 굉장한 점유량을 보이고 있었다. 거대 커뮤니티 사이트 클리앙이 2000년대 초 소니가 판매한 PDA 클리에 사용자 모임으로 이 클리에가 바로 Palm OS를 채택했으며 그렇기에 클리앙의 기원이 바로 이 KPUG이라고 볼 수 있다.)에서 활동하며 인터넷 커뮤니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이 당시 커뮤니티 이용자 주류가 대다수는 90년대 학번 학생, 직장인에 만만치 않은 비율로 80년대 학번의 30대 직장인들이 있었기 때문에 정치 논쟁은 당연한 것이었고 어떠한 금기도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운동권 성향에 벗아나는 의견은 엄청난 비토의 대상이었는데 운동권 성향을 가지지 않은 사용자가 현재 클리앙에 정치 의견을 표명했을 때 겪는 일을 똑같이 겪으면서 그 강도는 비교도 할 수 없게 강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는 사이버 명예훼손과 사이버 모욕죄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역시 1999년 설립된 디씨인사이드 역시 정치글 금지 규정이 없는데 이는 아직 까지 유지되고 있다. 

2004년 까지 KPUG에서 활동하다 군입대와 동시에 활동을 멈추고 2005년 부터 틈틈히 2cpu라는 컴퓨터 관련 전문 커뮤니티에 입문하는데 이 소규모 커뮤니티 사이트가 자유게시판 내 정치글을 금지하는 정책을 가지고 있는 것이 최초로 목격한 정치글 금지 규정이었다. 이후 2006년 전역과 동시에 가입한 주이코클럽(올림푸스 렌즈 교환식 카메라 커뮤니티) 역시 동일한 규정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후 대부분의 커뮤니티와 까페에서 정치글 금지 규정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기적으로 2005년을 넘어서며 “모두 노무현 탓이다.”라는 밈이 유행하던 때라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1999년 부터 2002년 까지 대부분 커뮤니티에서는 정치글 금지 조항이 없었으며 운동권 취향의 주장이 아니면 온갖 모욕과 욕설 그리고 수 개월에 걸친 인터넷 괴롭힘 까지 겪어야했다. 하지만 2005년 쯤 되면서 일방적인 괴롭힘이 아니라 비등한 세력의 논쟁이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고 그제서야 점점 정치글 금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져갔다. 어떻게 보면 일방적인 양상 보다는 비등한 상태에서의 격렬한 논쟁이 모두에게 더 큰 피로를 주게 되는 것도 요인이며 인터넷 상에서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처벌되는 사례가 급증한 것도 이러한 현상에 큰 기여를 하는 사유가 된다. 그 이후 정치글을 올리고 싶은 욕망과 손가락질하는 목소리가 등장하게 된다.

2006년이나 2007년을 떠올려 보면 정치글을 자주 올리는 사람들은 사실 평소에 조금만 정치와 관련이 되면 화를 내던 사람들이었다. 정치글이 아닌데도 조금이라도 정치인이나 관료들의 잘못이 엿보이는 내용이면 정치글을 올렸다며 신고를 먹이고 운영진이 작성자를 영구정지 시키지 않는다면서 장문의 글을 올렸다. 하지만 그리고 몇 시간 후에 자신들은 정치글을 올렸다. 정치 세력을 구체적인 명칭으로 언급하며 사회에서 격리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른 정치 세력으로 모두 바뀌어야한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왜 당신은 아까와 달리 정치글을 올리냐고 물으면 한 것 내려다 보는 시선으로 자신이 올린 글에 어떠한 정치적 내용은 없고 오직 ‘상식’만 이야기했다고 했다. 그러면 왜 어떤 정치인에 힘을 실어주자고 이야기하고 턱수염 난 아저씨나 당시는 60대가 되지 안히은 아저씨의 멘트를 따오냐고 했더니 그 정치인이 ‘상식’을 지켜나가는 정치인일 뿐이고 그 사람들이 ‘상식’을 이야기 했을 뿐이지 이것은 정치 이야기가 아니라고했다. 나중이 되면 새로운 프레임이 등장한다. 2007년 겨울 쯤 처음 본 논리인데 “세상 만물은 정치와 관련이 없을 수가 없다. 그러니 정치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것은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논리가 따라 나오는데 “하지만 정치 이야기도 상식의 이야기는 마땅히 해야하지 않지만 불의한 이야기는 금지해야 한다. 그러니 정치글 금지 규정은 유지되는 것이 옳다.”라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들은 정치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들을 반박하는 이야기는 작성자를 영구정지 시키라는 태도를 이어갔다.

그리고 2010년 이후로 대부분 커뮤니티는 정치 토론 게시판을 따로 개설하고 그 외의 게시판에서 정치 담론을 금지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정치글을 자유게시판이나 유머게시판 같은 모두가 공유하는 게시판에 작성하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것은 위에 언급한 논리 중 옳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세상(사회)의 모든 분야는 정치와 직간접적 관계를 가진다.”는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가 터졌을 때 혹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정치적인 면모가 담기지 않을 수가 없다. 정치가 아닌 분야도 사회담론으로 올라갔을 때는 정치글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글을 어떨 땐 삭제하고 어떨 땐 방치하는 이중적인 관리가 자리잡을 수 밖에 없다. 운영자는 정치담론을 완전히 차단할 수가 없다. 그렇게 만들면 자유로운 담론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하는 커뮤니티 운영자들이 자유로운 담론을 심각하게 손상시키는 선택을 하기는 쉽지가 않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정치글을 제한하는 제도는 이득이 있다. 일단 격렬한 논쟁으로 피로감을 야기하거나 송사를 발생시키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지만 이제는 정치 세력이 이런 커뮤니티를 노린다는 것을 감안해야한다. 정치세력이라는 것은 꼭 정당만이 아니다. 정치성향을 띠는 타 커뮤니티가 지금 활동하는 커뮤니티를 장악하기 위해서 이곳에 두 곳 모두 활동하는 사람과 새로 침투하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 뒤집어 엎으려 한다고 했을 때 이 규정은 이 시도를 상당히 완화시킬 것이며 운영진의 결단에 따라서는 완전히 배제해 버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치글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정치글을 제한하는 원칙은 존속하는 채로 각각의 게시물을 다르게 판단하는 것이 방법이다. 어느 게시물이 비록 정치적 담론에 까지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전면에는 본질적 내용이 자리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치가 논의 대상이 된다면 선을 넘지 않은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반대로 정치 논리가 전면을 차지하고 해당 분야의 내용이 뒷받침 근거라면 빼도박도 못하는 정치글이 도리 것이다. 물론 이 기준은 명확하기 힘들고 논쟁을 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충분히 겪기 까지는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준에 따라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정치 게시물이라며 게시물 작성자를 공격하는 그렇지 않은 척 하는 정치에 매몰된 사용자를 반박하고 자제시킬 수 있다. 이 글을 작성한 것은 바로 중국의 동북공정과 K-Pop 공격에 반대되는 게시물을 작성했다는 이유로 정치글이라며 핍박하는 친 중국 성향의 진정한 정치 분자를 반박하기 위해서이다. 나의 양심을 걸고 해당 글은 정치적 목적에서 작성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를 핍박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정치적 목적을 의심할 만했다. 그들의 주장을 막을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주장에 ‘반박’을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생각은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