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동, 공산주의

공산주의는 왜 발원국인 독일과 영국이 아닌 러시아와 중국에서 꽃을 피웠을까. 심도 있는 역사적 분석을 한 건 아니지만 그냥 직관적으로는 이렇다. 영국은 민주주의와 산업화의 첨단 국가였다. 공산주의 선지자들은 이 곳의 자본주의가 공산사회의 전조라고 주장했다. 특히 산업혁명의 부작용은 반드시 사회전복급의 폭동으로 이어질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소소한 폭동은 있었지만 기술 발전의 동반자인 산업 발전은 사실상 ‘착한’ 왕정일’뿐인 일당독재로 귀결될 과거회귀를 허용하지 않았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공히 제정말기와 제정 이후를 보내고 있었다. 신분사회는 당연한 것이어서 신분사회인 당원에 의한 지배는 퇴행이 아니라 오히려 조금이나마 나은 상태였다.

독재도 정치적으로나마 유능한 서기장이나 주석이 멍청한 황제보다 나았다. 두 국가의 다수 민중이 종사한 산업은 척박한 환경에도 농업을 비롯한 1차 산업과 그 부산물이었다. 공산 이론이 주장하는 생산수단 개념이 너무 딱 맞는 곳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된 거다. 공산주의는 근대와 현대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이론이다. 현대로 이행하기 싫은 거대 제국들의 사상이다.

다시 말해 공산주의는 현대화에 대한 퇴행이다. 좌파들이 유독 반문명적 태도를 가진 것은 그 사상 자체가 반문명적 퇴행을 위한 사상, 현대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의 가치 이후의 대안이 아니라 현대의 가치를 수용할 수 없어 과거에서 버티기 위해 채용한 절충안이기 때문이다. 이제 용어도 가치도 재정립해야 한다. 좌우나 진보와 보수가 아니다. 문명과 반문명, 발전과 퇴행, 개화와 미개화이다. 굳이 쉬운 대비를 택하자면 좌우보다는 전후나 신구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