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칼럼]Thinkpad

2010년대 중반을 넘어선 이후로 Thinkpad를 언급하면 10대는 거의 모르고 20대는 컴퓨터 매니아들만 우호적인 반응을 내놓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국에서 일반 대중에게 Thinkpad는 비주류 가성비 메이커 레노보의 서브 브랜드에 불가한 것이다. 하지만 Thinkpad는 랩탑 컴퓨터 분야에서 독보적인 길을 걸어온 브랜드이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20년 2분기 랩탑 컴퓨터 출하량이 5000만대가 넘는 것을 보면 이 기기들은 우리 삶에 깊숙히 들어와 있고 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Thinkpad 브랜드는 각별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소비자들이 떠올리는 이 분야의 가장 중요한 브랜드는 오직 맥북 뿐이라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그 나마 30대 이상 세대에서 이 브랜드의 영광의 시간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위로가 될 뿐이다.

Thinkpad는 1992년 미국의 IBM이 출시한 랩탑 컴퓨터 브랜드이다. IBM은 미국에서 1911년에 설립된 컴퓨터 전문 회사로 1924년 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그 후로 이 사명을 줄여 부른 IBM으로 널리 불리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PC란 말의 기원이 이 업체가 1981년 출시한 Persnol Computer라는 상품이라는 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가 투명 테이프를 3M의 스카치 테이프라는 상품명으로 부르는 것과 같은 것이다. IBM의 일본 연구소는 일본의 도시락에서 영감을 받아서 완전한 상자 모양으로 모니터가 달린 뚜껑을 열어 사용하는 방식의 이동식 컴퓨터 장치를 디자인했다. 그것이 바로 Thinkpad 700과 700C이다. 물론 그 전에도 휴대용 컴퓨터는 있었고 접혀진 장비를 펼치는 형태이기도 했다. 하지만 완전한 지금 형태의 랩탑 컴퓨터는 바로 Thinkpad가 최초이다. 우리가 쓰는 랩탑 컴퓨터의 원형이 되는 모델인 것이다. 700과 700C를 보면 장치의 두께와 디스플에이 장치의 베젤이 매우 뚜꺼울 뿐 지금의 랩탑들과 똑같은 것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랩탑계의 아이폰이다.

Thinkpad는 첫 출시 이후로 항상 최고의 비지니스 플랫폼으로 인정 받았다. 같은 스펙의 랩탑에 비해서 항상 훨씬 비쌌지만 기업들은 Thinkpad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더 편리하고 더 안정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50대~70대 남성 소비자들 중에서는 이 브랜드의 제품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그 당시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IBM이 내구성 테스트를 얼마나 혹독하게 했던지 컴퓨터를 있는 힘것 바닥에 내동댕이 쳐도 힌지 조차 고장나지 않는 모델도 있었다. 지금은 옛날 이야기지만 말이다. 한 때 LG와 합작해서 LG-IBM을 설립하면서 Thinkpad는 엄청난 인기를 구가한다. 제품의 신뢰성에 더해서 LG의 AS망이 엄청나게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기 대문이다. 당시 LG는 X시리즈 같은 고급 모델을 OEM으로 납품하기도 했고 당시 상당한 제조 노하우를 전수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브랜드에 대한 팬덤은 한국에서도 어마어마해서 TPholic이라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굉장히 활발하게 운영되던 시절도 있다. IBM이 새겨져 있는 이 랩탑은 세계 어디에서도 일을 할 수 있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샐러리맨, 비지니스맨들의 업무 파트너였다. 하지만 지금은 짱개패드라는 오명을 쓰고 비인기 브랜드가 되어버렸다.

Thinkpad가 비인기 브랜드가 된 것은 1990년대 IBM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부활의 발판으로 Thinkpad를 포함한 일반 소비자용 컴퓨터 사업을 중국 업체인 레노보에 팔아버리면서 시작된 현상이다. 이로서 IBM은 부활하게 되었지만 대중 브랜드 IBM은 이제 잊히게 되고 POS기로나 대중이 접하게되었다. 아무튼 미국 브랜드에서 졸지에 중국 브랜드가 된 것 자체가 소비자에겐 큰 충격이 되었다. 레노보가 Thinkpad의 제조 노하우와 기술만 흡수하고 브랜드를 버릴 것이라는 걱정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레노보는 Thinkpad를 자사의 고급 브랜드로 계속 유지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보드 방식의 변화 등으로 불만을 샀다. 바뀐 키보드는 여전히 가장 나은 키감을 제공하지만 과거와 같은 압도적인 경험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Thinkpad 자체에 대한 평가에서도 똑같은데 비지니스 랩탑으로는 가장 나은데 비싼 장비가 과거 처럼 독보적인 우월성은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대신 가격 차이는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평가는 반등하지 못하는데 그것은 레노보의 악평이 자자한 애프터 서비스 때문이다. 사실 레노보는 외산 브랜드로서도 평균 이하의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워낙 LG의 유명한 서비스에 익숙하던 소비자들은 아주 혀를 내두르게 되었다.

결국 Thinkpad는 대대적인 AS 개선작업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장에서 반등하지 못하고 비주류 중의 비주류 브랜드로 전락하고 말았는데 특히 중국 공산당 특유의 선 넘은 트로이목마 심기 때문에 보안성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매니아층의 구매로 적잖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어쩌면 한국에서 만큼은 애플의 충성고객 보다 더한 소비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Thinkpad 브랜드의 인지도 하락과는 별개로 제조사인 레노보는 승승장구 하고 있는데 2019년 전 세계 점유율 1위에 한국 시장 4위를 달성했다. 한국 시장에서는 워낙 삼성과 LG가 압도적이긴 하지만 4위라는 순위는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Thinkpad만의 판매량 집계는 그다지 많지 않아 파악이 어렵지만 레노보 판매고가 워낙 많기 때문에 이 업체의 고가 브랜드 Thinkpad의 판매량도 상당할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한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세계 시장에서는 여전히 브랜드 값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Thinkpad가 한 때는 랩탑의 대명사였던 만큼 헐리우드 영화에서도 많이 등장했는데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는 프렌차이즈 영화 미션임파서블의 첫 번 째 영화에서 영화 초반 간신히 탈출한 톰 크루즈가 사용한 컴퓨터가 바로 Thinkpad이다. 악역 맥스가 사용하는 컴퓨터 역시 Thinkpad이다. 물론 스폰서가 애플인 만큼 맥북도 많이 등장했지만 말이다. 다른 영화 유브갓메일에도 등장한다. 하지만 지금은 헐리우드 영화에 맥북만 잔뜩 등장하는 것을 보면 트랜드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hinkpad는 여전히 매력적인 브랜드이다. 견고한 내구성과 트러블을 잘 일으키지 않는 안정성 그리고 트랙포인트의 편리함과 배수 시스템 까지 갖춘 섬세함은 하드웨어적으로는 흠 잡기 힘들다. 1992년 이후로 계속 유지 중인 새까만 디자인이 취향에 맞다면 더할나위 없는 선택이다. 다만 과거의 고급화 전략에 수정을 가해서 Thinkpad 브랜드에서도 가성비 라인이 추가되었는데 이러한 라인은 Thinkpad만의 미덕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굳이 선택한다면 오직 그 디자인 외엔 추가적인 장점은 없다는 것을 고려해서 선택해야한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제는 독보적인 수준은 아니어도 상당히 완성도 높은 뛰어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솔직히 압도적인 사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삼성이나 LG를 꼭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고 결심했다면 눈을 반짝이며 Thinkpad를 권할 것이다. 실제로 굳이 맥OS를 사용할 생각이 없는데도 맥북을 고려하는 주변인들에게 유난히 열성적으로 권유한다. 블랙 색상은 모든 상품군에서 매니아가 있는 색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가 블랙을 좋아한다면 역시 망설이지 않고 Thinkpad를 추천한다. 하드웨어 부분에서 걱정할 부분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행스럽게 레노보의 서비스센터도 과거에 비하면 상당히 친절한 응대를 하는 중이다. 랩탑 컴퓨터라는 카테고리에서 맥북의 찐라이벌은 Thinkpad 뿐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