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백신 불신은 정부 책임일까요?

요즘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면 백신 불신 기조를 비웃는 글이 종종 올라옵니다. 그건 친여 성향이 아닌 소수의 커뮤니티에도 예외는 아닌데요. 물론 저는 작금의 백신 불신은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만 대중 차원에서 이러한 불신은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비웃는 태도가 불편합니다. 특히 틀극기 운운하는 것은 얼른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게 만드네요. 사실 독감 백신을 맞고 사망한 것과 독감 백신으로 인해 사망한 것은 엄연히 다른 현상입니다. 어느 의사분의 표현이 마음에 드는데요. 차량사고에서 안전벨트를 하고 있었다가 안전벨트에 목이 매서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다고 사람들이 앞다퉈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려는 풍조는 우려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셨더군요. 사실 세상엔 돌연사라는 것이 존재하고 워낙 많은 사람들이 독감백신을 맞으면 돌연사한 사람 중에 독감 백신 맞은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죠. 중학교 수학 시간에 배운 집합과 교집합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갑니다. 아 이젠 중학교 과정은 아니군요.

하지만 작금의 백신 불신은 불가피한 부분이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안아키로 대표되는 반과학주의가 아니라해도 말이죠. 비논리적 요소를 먼저 생각해 봅시다. 먼저 코로나로 바이러스로 전파되는 전염병에 대해서 엄청난 공포감이 조성되어있습니다. 거기다가 이 우한코로나는 독감과 계속 비교되어온 상황이죠. 증상이라던가 백신의 유무라던가 사망자 수라던가 지속적으로 언론은 독감과 신종 코로나를 비교했습니다. 마스크를 잘 써서 독감 환자도 급감했다는 보도도 있었죠. 이 과정에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이 증가하면서 독감에 대한 공포도 증가했습니다. 코로나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운이 나쁘면 죽을 수도 있는 질병으로 각인되면서 독감이야 말로 ‘이제 까지 잘 몰랐는데 백신이 있는데도 많은 사람을 죽이고 있었던 무서운 병’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그 와중에 신성약품의 유통 문제가 불거지면서 불량 독감 백신이 나를 죽일 수도 있다는 인식에 도달한 것이죠.

논리적인 요소도 있습니다. 백신은 ‘콜드 체인’이라고 해서 냉장 유통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상온 노출이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대세지만 사실 정말 아무 문제가 없다면 굳이 엄청난 유통 비용을 들여서 냉장 유통을 하지는 않겠죠. 상온 유통은 작던 크던 백신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판단은 불합리하다고 보기 힘듭니다. 게다가 신성약품이 백신을 유통하면서 아이스박스에 담지 않고 상온에 덜렁덜렁 들고 왔다는 병원 관계자들의 증언이 빗발쳤습니다. 그리고 상자를 도로에 내려놓은 걸 본 사람도 있죠. 커뮤니티엔 윙바디 대형 화물차에 백신이 실려있는 사진도 올라와 있습니다. 활짝 열려 있는데다가 냉장 장비는 없었죠. 이 상태라면 해당 백신들은 최소 수 시간을 노출 됬을 가능성이 있는데 정부는 그냥 그런 일 없다고 뭉게버렸습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과를 요구하는 국회의원에게 “사과를 하겠지만 우려가 과도하다.”는 사과를 빙자한 핀잔을 하면서 “노출 시간이 1시간, 10분 이내”라는 말 같지도 않은 표현을 사용합니다. 전국적으로 상온 노출 목격이 이런 사안에서는 최대한 사례를 싹 조사해서 각 사안이 문제 없다는 것을 일일이 밝혀내야하는데 그냥 뭉게 버린 것이죠. 별 문제가 없으니 조사할 필요도 없다는 무오류성을 신봉하는 운동권의 방식이 이 사안에서도 발휘된 것입니다. 이건 논리적으로 정부의 설명을 근본적으로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백신이 상온에 몇 분 노출된 걸로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사망자 부검 전 까지의 백신 불신에 대한 주요한 반박인데 “그 말로 조사 자체를 뭉겠는데 애초에 몇 분만 노출됬는지 알 수는 있느냐?”는 것이지요. 이런 정부 불신은 나아가서 질병처의 백신 실험도 믿을 수 없게 만듭니다. “상온 노출 시간도 제대로 조사 안하는 복지부가 백신의 변질 여부 실험은 제대로 했겠느냐?”라는 생각을 낳는 것이죠.

물론 신성약품 사태가 발생한 백신은 청소년, 노인 대상 무료접종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백신입니다. 그러니까 이론적으로는 그 대상이 아니라면 두려워 할 필요가 없죠. 그리고 사망한 청소년을 부검한 결과가 백신과 무관하다고 밝혀졌으니 백신의 누명은 한꺼풀 벗겨진 셈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불안함은 사라지기 힘듭니다. 국제 기준이 있지만 백신에 대한 안전성은 한 번 더 증명했어야하는데 상온 노출에 대한 꼼꼼한 조사를 거부함으로서 노출 시간과 백신 안전성에 대한 불신을 만들어냈습니다. 이건 이제와서 아무도 신뢰를 줄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백신의 성분이 단백질이라는 것과 단백질은 열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은 일반 대중에도 상식입니다. 투명한 조사 없이는 안전성을 확언할 수 없는 부분이죠. 하지만 그 기회를 버렸습니다. 저는 병원에서 유상으로 접종하면서 백신이 콜드체인으로 납품된 것을 확인하고 청소년 노인이라도 유상 접종을 받으면 충분하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대중이 백신 불신으로까지 간 것을 비난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것은 운동권 정권이 신성약품을 선정한 일렬의 과정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몸부림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봐야하기 때문이지요.

운동권 진영은 과거 광우병 논란 때 확률이 소숫점 열 자리 까지 내려가더라도 0이 아니기 때문에 허용하면 안된다고 공식적으로 주장하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청장 감투를 쓴 인물이 매 년 독감으로 3000명이 죽는다는 이야기나 하고 있죠.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매우 냉정한 태도입니다. 꼬투리를 잡을 땐 가능성이 0이 아니라고 비난하고 내가 권력을 행사할 땐 사람을 숫자로 보는 태도가 과연 백신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스탠스일까요? 확률 0을 만들라며 수 만 명이 거리를 채우고 밤 새도록 부수고 발길질 하던 현장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그 때 촛불 들고 앞장에 섰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숫자를 운운하면서 가하는 준엄한 꾸짖음이 너무나 화가 나네요. 20대 이상은 이 태도 변화를 직접 목격한 사람들이고 백신 불신은 불을 보듯 뻔한 것 아닐까요? 물론 저는 제 가족에게 백신 접종을 권할 것이지만 애초에 이런 설득이 필요한 상황을 만든 것은 오직 운동권 정권의 여러가지 실책들 때문인 것이지요. 작금의 현실은 상온 유통 1200도즈 콜드체인 유통 1750만 도즈의 인류 역사상 유래가 없는 임상 실험입니다. 미래에 그 결과가 “전자도 문제 없음.”으로 나온다고 기고만장할 일일까요? 국민을 임상실험과 다를 바 없는 상태로 몰아 넣는 건 국가가 할 일이 아닌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