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ührerreich : #3. 라인란트를 위한 설득

언뜻 보기에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는 잠들어있는듯, 고요한 모습의 히틀러.
그 속에서는 잔잔한 흐름이 아닌 격정적이고도 파괴적인 선택지를 상상하고 있었다.

‘ 라인란트. ‘

머리속에 그려지는 거대한 지도, 그곳에서는 독일의 땅이면서도
독일의 군대가 진주할 수 없는 비무장지대인 라인란트가 있었다.

‘ 애초부터 우리의 주권이 닿는 땅. 우리의 권역, 우리 고유의 영토.
그곳에 우리가 발을 딛지 못할 이유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베르사유 조약은 이미 종잇장이 되어버리지 않았던가. ‘
무표정한 얼굴이 조금씩 찌푸려지다가 펴지기를 반복하는 그의

얼굴에서는 마치 한명의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을 머리속에서 
구상하는듯 보였다. 하지만 그가 그려내는 것이란 참혹한 결과를
낳기만 했던 것들, 그만의 미학이란 인간의 것이 아닌 악마의 것이다.

‘ 더욱이, 지난 삶에서도 프랑스나 영국이 나서지 못했다. 
이번이라고 다를 것이 있겠는가! 모름지기 결단이 필요한 때이다. ‘

“ 총통각하, 마르틴 보어만입니다. “
“ 들어오시게! 보어만. “

히틀러는 조용히 감고있던 눈을 천천히 뜨곤 양 팔꿈치를 탁상에 올렸다.
그러곤 방금까지의 무표정한 얼굴을 가볍게 펴선 웃음기를 머금었다.
보어만. 그는 자신이 회귀하기 전까지 자신의 일을 도맡아주던
가장 신임하는 이중 하나가 아니었던가?

“ 히틀러 만세! “
“ 아아, 흠흠. 보어만, 자네를 부른 까닭은 한가지 의견을 묻고자
하는 바램이 있어서라네. 한가지 질문을 하도록 함세. 
자신이 가진 소유물을 온전히 갖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것인가? “

보어만은 히틀러의 앞에 멈춰서서는, 잠시간의 침묵을 지켰다. 
분명 그는 그 문제를 답함에 있어서 누구나가 인정할만한
명쾌한 해답을 찾기보다, 히틀러가 듣기에 좋을 대답을 궁리하고
있었음이 틀림 없는 것이다.

“ 그 사람의 것이 아닐것 같습니다, 각하. “

히틀러는 자신이 원하는 답이 나왔다는듯, 특유의 콧수염이 씰룩였다.

“ 그것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보어만? “
“ 그 사람이 그것을 온전히 갖는다는 의미는, 자신의 의지대로
그것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지요. 허나, 갖지 못한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유리창 너머의 보석과도 같습니다. “
“ 훌륭해! 역시 자네는 내 마음을 잘 읽어주고 있네. 자, 더 가까이 와보게. “

보어만은 흡족한 미소를 짓는 히틀러에게 화답하듯 입꼬리를 올리곤
고개를 숙였다. 그러곤 히틀러의 책상으로 발걸음을 옮겼으니,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유럽의 지도였다.

“ 우리 독일의 영토에서 유일하게 우리의 군대가 갈 수 없는 곳.
바로 이곳, 라인란트* 라네. 말도 안되는 일이지! 우리는 주권국가야.
주권국가가 자신의 주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일세.”

히틀러는 라인강 서부의 독일의 영토, 라인란트를 왼손 검지로 가르키며
오른손으로는 이마를 짚었다. 그런 히틀러를 바라보던 마르틴 보어만 또한
진지한 눈빛으로 히틀러의 손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 옳으신 말씀입니다, 각하. 독일의 영토에 독일의 군대가 진주할 수
없다니요. 이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우리의 현실입니다. “

히틀러는 다시금 허리를 의자의 등받이에 푹 기대었다.
그러곤 폐 가득 공기를 빨아들이고는, 후욱. 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깊게 숨을 내쉬었다.

“ 나는 이곳에 다시 우리의 군대를 진주시키고자 하네, 보어만. “

보어만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릴듯 했지만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보다도 크게 뛰는 심장소리에 묻혔으리라, 하고
보어만은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 이는 총통각하만의 바람이 아닌, 우리 독일의 숙원일 것입니다. “
“ 그리 말해주니 고맙네, 보어만. 이 일은 최대한 빠르게 진행되어야
할 일일세. 실제로 군을 움직이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을 테지만,
내부를 설득하고 실행에 옮기게 만드는 것이 가장 오래걸릴 일이야. “
“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총통각하. 당 내부의
지도층에게 해당 사실에 대한 선전을 준비하면 어떻겠습니까? “

히틀러는 보어만이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는듯, 옅은 미소를 띄었다.

“ 훌륭해. 좋아, 믿고 맡겨도 좋을 것 같군. 그럼 이만 나가봐도 좋네. “
“ 예, 알겠습니다. 히틀러 만세! “

보어만은 자신이 히틀러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그런 그를 바라본 히틀러는 보어만의 경례를
가볍게 받아주고는 다시금 고개를 숙여 지도를 바라보았다.

‘ 라인란트 진주에는 외교부와 군부에 대한 설득이 필수적이다.
이것을 반드시 성사시키고자 하면… 우선은, 반대가 극심할 군부를 먼저
설득하는 편이 괜찮겠지. 적임자란… ‘
‘ 베르너 폰 블롬베르크. 그가 적임자다. ‘

히틀러는 블롬베르크를 다시금 회상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를 
좋게 평가하고 있었다. 국방군 내에서도 꽤나 인상깊을 정도로
히틀러에 대한 충성심이 깊었던 자가 아니었던가. 따듯한 말 한마디
건네주면 감격에 벅차 눈물을 흘리던 이가 아니었던가…

그런 블룸베르크가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예스맨은 아니었다.
오히려 히틀러는 그러한 블룸베르크가 마음에 들었다. 
평소의 행동이란 히틀러의 추종자로서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지만
그는 히틀러가 느끼기에, 자신을 기분좋게 멈춰줄 사람이었다.
더욱이 꽤나 유능한 장교 출신으로서 유명하지 않았던가.

“ 그러고보니, 돌아온 이후로 블롬베르크를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군. 이번 기회에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직접 부탁도
해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

히틀러는 자리에서 일어나 집무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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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해가 뉘엇뉘엇 저물어 노란빛 하늘이 서서히 거멓게 
변하던 밤. 베르너 폰 블롬베르크는 아돌프 히틀러 총통이
자신을 만나기 위해 국가전쟁성* 본청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연락을 받고 조금은 들뜬듯 자신의 집무실에서 이리저리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히틀러의 유력한 지지자인 그로서는 어찌보면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르겠다. 

“ 총통각하께서 나를 보러 오신다라, 과연. 어떠한 이야기를
하시려고 직접 이곳으로 오시는지 궁금해진다. “

블룸베르크가 나즈막히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도, 조용히
멈춰서서 문을 바라보기를 얼마나 했을까? 바깥에서 그의 비서장교가
급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 총통각하께서 오십니다. “
“ 아, 좋아. 빠르게 모셔오도록 하게. “

블룸베르크는 옷깃을 다시금 매만졌다. 조금 더 단정하게, 책잡힐 것 없이
항상 군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듯이. 그렇게 분주히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자, 이윽고 히틀러가 방의 문을 열었다.

“ 아, 블룸베르크! 오랜만일세. “
“ 히틀러 만세! 총통각하, 제가 직접 찾아뵈었어야 하는데… “
“ 아닐세, 내가 자네를 보고싶어하는데 어찌 오라고 부르겠는가?
자네 또한 할 일이 많을 터. 바쁜 사람을 오라가라 할 수는 없지. “

히틀러는 자연스럽게, 소파를 향해 걸어갔다. 블룸베르크는 조용히
히틀러를 따라가, 평소에 자신이 앉는 소파를 히틀러에게 양보했다.

“ 다름이 아니라… “

히틀러는 조금은 고심깊은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소파에 앉았다.
그런 히틀러를 블룸베르크는 빤히 바라보았다.

“ 군대를 움직여야할 필요가 생겼다네. 그래서 자네를 찾아온 것이야. “
“ … 군대를 말입니까? “

블룸베르크는 히틀러에서 나온 ‘ 군대 ‘ 라는 단어에 사뭇 놀란 감정을
감추기 너무나도 어려웠다. 군대를 움직인다는 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지 않겠는가. 그리고 블룸베르크라는, 국가전쟁성의 장관을 찾아옴은
군인 몇을 데리고 하는 장병놀이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 걱정은 말게. 전쟁을 벌이고자 하는 일이 아니야. 우리 군대를
다시금 배치하는 일일세. 다만, 그곳이 라인란트라는 것이야. “
“ 라인란트…! “
“ 시기는 빠를 수록 좋을 것이야. 가능한, 2월 초 까지는. “
“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군은 총통각하의 명을 따를 것입니다. “

히틀러는 예상대로라는듯, 순조롭게 풀린 설득에 웃음을 지었다.

‘ … 블룸베르크는 역시, 이번만큼은 끝까지 데려갈 인물이다.
그를 통해서 국방군 속에서 나를 지지할 세력을 더욱 충원해야 해. ‘

“ 그렇다면, 병력의 규모는 얼마나 보내는 것이 좋겠습니까? “
“ 병력의 규모라. 그것은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닐세.
중요한건 우리의 군인이 그곳에 진주하는 일. 그렇지 않은가?
백명의 군인이라도 라인강을 넘어간다면, 그것은 우리의 승리일세. “

히틀러는 조용히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러곤 나즈막히, 웃음을
머금은 표정으로 조그만하게 입을 열었다.

“ 승리… 그것은 우리가 원하는 최고의 가치가 아니겠는가.
이번만큼은 반드시 우리의 승리로 끝을 맺어야 할 것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