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칼럼] Hamilton

브랜드 칼럼은 여러 가지 브랜드에 대한 필자의 의견을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주로 시계, 정보통신 관련 브랜드를 중심으로 서술하려 합니다. 제가 브랜드 칼럼을 쓰기엔 이제 까지 제 저술활동이 정치에 치우쳐있다고 생각해서 많이 망설였습니다만 정보통신 분야는 전공과도 연관이 있고 2001년 부터 관련 커뮤니티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축적한 지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시계도 지난 수 년 동안 집중적으로 탐구해왔지요. 물론 부족함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처음은 있다는 생각에 도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제가 적는 글을 즐겁게 봐주시고 응원하시는 에펨코리아 이용자 분들의 응원이 이 코너에 대한 영감을 주셨습니다. 감사를 표하고자 합니다. ( John Kim )

해밀턴은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스위스 시계 브랜드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스위스의 시계 브랜드들은 대부분 창업자의 이름을 따거나 아니면 뭔가 의미 있는 단어를 사용해서 브랜드 이름을 짓는데 스위스는 독일어, 불어 그리고 이태리어가 공용어인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밀턴은 영어식 사람 이름이다. 해밀턴의 역사가 미국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해밀턴은 1892년에 미국에서 설립되는데 해밀턴의 설립 자체가 1886년 설립된 키스톤 스탠다드가 오로라를 인수하면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굳이 따지면 업력은 1866년 까지 거슬러가게 되는 의외로 대단한 전통을 가진 회사다. 아무튼 해밀턴이 탄생하고 나서 1893년 처음 세상에 내놓은 손목 시계 시리즈는 철도시계였다. 당시 주요 운송 수단이었던 철도 시스템은 사고 방지와 정시 운행을 추구하기 위해서 정밀한 시계를 요구하고 있었고 레일로드 시리즈는 이를 노린 시계였던 것이다. 해밀턴은 127년이 흐른 지금도 레일로드 오토 크로노 모델을 판매하면서 철도 시계의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런데 이 전통 깊은 미국 회사가 결국 1974년 스위스의 스와치사에 인수된다. 그 유명한 쿼츠 파동의 여파다. 재밌는 것은 1970년대 쿼츠 파동을 이기지 못했던 해밀턴이 1957년에 최초의 시판 쿼츠 시계로 인정 받는 벤츄라를 출시했다는 점이다. 이 벤츄라는 영원한 슈퍼스타 엘비스 프레슬리가 애용하던 것으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헐리우드 영화 맨인블랙 시리즈에 꾸준히 등장하는 것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쿼츠 시계의 상징도 같은 벤츄라 시리즈가 오토매틱 모델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무언가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결국 지난 2003년 회사가 통째로 스위스로 이전하면서 해밀턴은 스와치그룹 산하의 미국 감성의 스위스 워치메이커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룹으로 부터 고품질의 무브먼트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으며 반면 미국의 문화 코드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해밀턴이 있게 된 것은 스와치그룹에 소속된 덕이라고 생각한다. 부로바 같은 또다른 아메리칸 워치 메이커는 일본의 시티즌에 인수된 후에도 여전히 과거의 명성을 되찾지 못하는 것을 보면 더더욱 다행으로 느껴진다.

해밀턴의 또다른 정통 시리즈는 바로 2차대전 시기 미군에 납품한 군용 시계 카키 시리즈이다. 카키 필드는 육군에 카키 네이비는 해군에 납품하였다. 카키 시리즈는 지금 까지 큰 사랑을 받는 중이다. 카키 에비에이션은 파일럿 워치인데 이 모델의 뿌리는 무려 1918년 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한국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시리즈는 재즈마스터 시리즈다. 그 중에서도 재즈마스터 오픈하트 모델은 수 많은 워치메이커들이 오픈하트 시계를 만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압도적으로 사랑 받는 오픈하트 시계다. 필자는 오랜 친구가 재즈마스터 오픈하트를 팔에 차고 왔을 때 느꼈던 그 신선한 충격을 도저히 잊지 못한다. 그 정도로 파격적이고 아름다운 시계다. 해밀턴은 미국에 뿌리를 둔 만큼 미국의 영화산업과도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배트맨, 맨인블랙 그리고 테넷 같은 대작에 중요한 소품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2020년 한국의 대중에 가장 각인된 시계는 영화 인터스텔라에 등장한 카키 에비에이션 데이데이트 오토매틱 시계다.

해밀턴은 본디 태생이 철도 시계로 럭셔리 워치가 아니라 전문 장비로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도 대단히 고급 포지션의 브랜드는 아니었지만 스와치그룹에 인수되고 나서 스와치 그룹이 대중 명품 시계로 그 위치를 정해 좀 더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밀턴은 미국 감성 특유의 시원스러운 디자인이 특징이다. 그래서 특히 남성들에게 군용 시계의 DNA를 이어오는 카키 시리즈가 전반적으로 대부분의 모델이 인기가 높은 것 같다. 특히 카키 모델은 메탈 블레이슬릿이던 가죽 밴드건 심지어 나토 밴드 까지 모두 잘 어울리기 때문에 밴드를 갈아끼우는 이른바 ‘줄질’을 하는 즐거움이 매우 크다. 미 육군 납품 모델의 특징을 이어 오는 카키 필드 시리즈는 유난히 나토 밴드와 시계가 매우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