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ührerreich : #1 회귀

‘ 그리운 장소구나, 그래… 지금은 1936년이었지. ‘


알베르트 슈페어가 만들어낸 거대하고 웅장한, 마치 근대 절대주의 국가의 왕궁과도 같은 휘황찬란한 신 총통관저가 아닌 구 관저에서 히틀러는 홀로 책상에 앉아 깊은 고민속에 푹 빠져있었다. 은은한 빛을 뽐내는 전등은 그가 돌아오기 전의 1945년에 틀어놓았다간 ‘ 나 여기 있습니다. ‘ 하고 미합중국 공군의 폭격을 유도하는 유도등이 되기에 충분한 것이었으나, 지금은 1936년. 그 사실을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매우 어려운 것이었지만 결국에는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온 것이다.

만일 이것이 연극이라면 그것은 그가 죽기전 망상했던 그대로, 소련이 자신을 살려두고는 베를린이라는 거대한 세트장을 복구시켜놓곤 지금도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히틀러가 그 가설만큼은 고려하지 않고 있던 까닭이 있다면 눈에 띄게 젊어진 자신의 외모와 맑아진 머리속이 있을 것이다.


“ 끄으으… 프하아. “


히틀러는 뒤로 쭉 몸을 눕히고는 눈을 감았다. 그러면서도 팔을 쭉 뻗어 몸을 풀면서 뭔가 조금은 찌뿌둥했던 몸이 조금은 풀렸다는 듯, 기분좋은 소리를 내었다. 그러고는 지난 삶의 기억들을 회상하는듯 히죽 웃어보이다가도 인상을 찌푸렸다.


“ 그래, 그래. 지금이 1936년이라면 말이지,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인데… 과연 무엇을 내가 할 수 있을 것인가? 무엇을 해야할까… “


그는 그대로 주먹을 꽉 쥐어보였다. 그는 놓치고 싶지 않아하는 모양이다. 그가 가지고 있던 권력! 그의 아래에서 세계를 집어삼킬뻔 했던 독일을 회상했다. 그는 절대로, 죽어도, 죽어서 돌아온 이후로도 자신의 결점을 인정하는 일이 없었다.


“ 나는 뛰어난 지도자이다… 그것은 맞다, 맞는 일이다. 나락으로 떨어졌던 독일을 세계를 지배할 수도 있을 정도의 거대한 제국으로 성장시킨 내가 아닌가. “


조용히 나즈막히 읊조리는 소리를 내고는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눈을 질끈 감아보였다. 당장 얼마전까지만 해도 느껴져오던 압박감. 심장의 격통과, 머리의 지끈거림이 사라져 말끔해진 그의 머리속. 불타오르던 베를린은 마치 한때의 꿈과 같이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오직 그의 기억에서만 존재하는 장소가 되어버린 것이다.


“ 그래. 중요한 것은 그것이야. 그 과거는 이제 없는 것이다. 내 머리속에서만 존재하는 악몽과 같았던 것이야. 아니지, 악몽이 아니야… 악몽이 아니야. 나는 예지를 한 것이다. 나의 뛰어난 선견지명과도 같은 것이야. 나는 미래를 보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그렇다는 것은 다시… 다시 독일을 일으켜 세울 수 있다. “


그의 머리속은 황홀경에 가득차있는 것이다. 그 잔혹했던 전장의 풍경은 하나의 그림과도 같은 것이 되어버렸고, 전투기가 날아다니는 소리와 총격은 웅장한 교향곡과 같이 인식되어지고 있었다. 자신은 그러한 미술작품들을 만들어내는 위대한 미술가라고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그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악마의 웃음은 평범한 웃음과 다를게 없었다. 분명 다른 이가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면, 오늘 했던 연설에 만족하고 있겠거니 하는 그런 너무나도 평범한… 하지만 너무나도 소름끼치는 것이다.


“ 좋아. 오늘은 1936년 1월 1일, 가장 가까운 큰 사건은… “


단숨에 탁상위 달력을 낚아채고는 1월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그의 눈에는 20일이 보였다. 20일! 영국의 왕 조지 5세가 사망한 날이 아니었나?


‘ 내 기억대로면 20일에 조지 5세가 사망한다. 그래, 그것이다… 그것이다. ‘


히틀러는 탁상의 서랍에서 한장의 종이를 꺼내어 무언가를 적어내기 시작했다. 잉크가 종이 위에서 흩날리기 시작한다. 그는 곰곰히 무언가를 생각하는듯 고민하는 모양세를 보이다가도 무언가가 번뜩이는듯 끊임없이 쭉 적어내기도 하였다. 그렇게 회귀를 한 첫날의 밤이 깊어져갔다. 창문을 통해 따스한 햇빛이 들어오기 시작할 때 즈음, 히틀러는 양 팔을 쭉 뻗고는 뒤를 향해 쭉 밀어내었다. 그러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선 서랍에 빽빽하게 쓰여진 편지를 집어넣었다. 꼬르륵. 배가 고프다는듯 배가 아려왔다. 시곗바늘이 7시를 향하고 있었고, 그는 쩝쩝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밤까지 새버렸으니 꽤나 배가 고플법한 것이 당연한 일이니. 천천히 자신의 방이 있는 2층에서 1층으로 향했다. 분명 예전에 살았던 곳이었기에 자연스레 몸이 움직였고 그는 그것이 신기하다는듯, 또 감회가 새롭다는듯 눈동자만큼은 이곳을 처음 온 사람처럼 움직였다.


“ 아, 히틀러씨. 좋은 아침입니다. “
“ 아침부터 부지런하군, 좋은 아침일세. 식사가 준비되었는지 궁금하네. “
“ 물론입니다. 오늘 조식으로는 간단한 샐러드와 스프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
“ 아! 그것 참 듣기 좋은 소리군. 다른 인원들도 여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었으면 하네. 오늘의 나머지 일정에 대해서는 보어만에게 보고를 먼저 해주게. 실은 어제 밤에 처리할 일이 너무 길어지는 바람에 말이야, 간단한 아침식사 후에 잠시 잠을 자야겠어. “
“ 예, 알겠습니다. 제가 확인하기로는 급한 일은 없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걱정 마시고 아침식사를 여유롭게 즐겨주시길. “


히틀러는 약간의 눈웃음을 지어보이고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그는 조용히 식당으로 향해서는, 제대로된 식사를 즐겼다.

따뜻한 스프와 싱싱한 샐러드를 양껏 먹은 히틀러는 기분좋게 계단을 올랐다. 약간의 피로감과 겹쳐진 적당한 포만감은 아주 좋은 수면제가 되어줄 것 같았다. 그로서는 분명 이러한 안정감을 몇년간 느끼지 못했기에, 그만큼 더더욱 달콤한 느낌을 만끽하고 있었을 것이다.


‘ 아, 얼마만의 달콤한 휴식인가? ‘

그가 돌아오기 전 얼마간은 베를린이 거대한 공습에 휘말려서 밤이라는 것이 오지 않았었다. 많은 건물들이 불타올라 낮보다도 더 환하게 빛났었던 때. 더욱이 폭격의 굉음, 폭탄의 파편에 맞아 고통에 신음하는 자들의 괴성. 그는 분명히 자신이 과거로 돌아왔음을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계단을 다시금 올라가기 시작했다. 낮에 폭격을 피해 방공호로 내려가던 발걸음이 아닌, 따스한 햇살이 손바닥을 간지럽히고 나무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상층을 향해.


“ 아, 그렇지. 오랜만에 영화나 보는것도 좋겠다만… 음, 아니야, 아니야. 지금은 일단 낮잠을 좀 자도록 하고, 이따가 루돌프 헤스를 불러야겠군. “


터벅, 터벅, 터벅, 터벅. 구둣발 소리가 계단을 통해 울려퍼지고 전쟁통에 축 쳐질 수 밖에 없던 어깨와 가슴이 지금은 당당하게 펴져있었다. 그렇게 그는 집무실의 문을 열고 침대에 등을 대고 누워서는,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 눈을 천천히 감았다.


……


“ 히틀러 상병님? 주무시는데 죄송하지만, 잠시 좀 지나가겠습니다. “
“ 아아, 응. 지나가도 좋아. “


히틀러는 좁은 참호의 구석탱이에, 자신이 비좁게나마 앉을 수 있을법한 자리를 만들어뒀다. 그는 그곳에 앉은듯, 누운듯, 서있는듯 애매모호한 자세로 잠시 눈을 붙이고 있었다. 사방에서는 시체가 썩는 냄새, 오줌이 곳곳에 웅덩이를 이루고 있어 나는 악취, 더욱이 그곳에 비가 내려 진흙탕이 되어버린 참호의 바닥내음이 끔찍하게 올라왔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기에, 아무도 그것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


“ 오늘은 밥이 좀 제대로 나오려나, 하. 이번에 휴가도 취소되었는데. “
“ 오랜만에 닭고기좀 먹겠다며 기분좋아하시더니. “
“ 그러게 말야, 너무 먹고싶었는데. “

옆에서 병사들이 일상적인 대화를 떠들고 있었고, 히틀러는 힐끔 그들을 바라보곤 다시금 조용히 다시 눈을 감았다. 내성적인 성격에, 별난 괴짜 취급을 받던 그에게
굳이 누군가 말을 걸어오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그래선지, 그는 시끄러운 전쟁터에서 고독을 느끼는 몇 없는 인간이었으리라.



“ 쐐애애앵 – “

” 콰광! 투두두두…! 투두두두! “


갑작스러운 공격에 혼란스러워진 참호의 위에는 IS-2 전차들이 그 웅장한 궤도를 뽐내며 움직이고 있었고, 어느샌가 하늘에는 소련군의 전투기들이 굉음을 내며 날아가고 있었다.


” 여기가 뚫리면, 베를린이 지척이다! 모두 정신차려! “


누군가 굉장히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히틀러는 갑작스러운 외침에 놀란듯 카라비너 소총을 손에 꼬라쥐고는 주위를 살펴보았다. 눈을 다친듯, 대강 붕대로 감고있는 병사들과, 주인이 사라져버린 몸뚱아리들이 널부러져있었고, 현장 지휘를 맡은 너무 젊어보이는 샌님 부사관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 쿠르르르릉… 쿠르르릉… “


전차들은 쉴 새 없이 참호를 넘어 베를린을 향하고 있었고, 전차와 함께 행진하던 보병은 마치 거인과 같아 참호를 전부 가릴 것 같은 군화를 신고 있었다.


‘ 이 전쟁은 끝이다. 끝이야! 이런 겁쟁이들과 어떻게 독일을 지킨단 말인가? ‘


히틀러는 이렇게 생각했다. 허나, 그 또한 남들과 같이 두려움에 떨며 양손으로 뒤통수를 감싸고 조그만하게 웅크려 있기만 했을 뿐이다.




” …! “


히틀러는 눈을 떴다. 이 또한 꿈일지 아닐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잠들기 전 마지막 기억의 장소. 자신의 방 침대에서 그는 익숙했던 천장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