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구성이 끝나고 명단이 발표되자마자 청년들 그러니까 윤석열 당선인들을 지지했던 젊은 남성들은 속된 표현을 사용하자면 뒤집어졌다.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는 인수위와 국민의힘을 성토하는 글이 수도 없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이런 일이 벌어짐에도 불구하고 왜 이들이 분노하는지 인수위와 당이 제대로 알 것이라 보기 힘들다. 충분한 이해가 있다면 정치계의 생리상 이런 일을 사전에 피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분노하는 지점은 세 군데이다. 첫 째, 김지희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을 실무위원으로 임명한 것이다. 그녀는 전형적인 페미니스트이고 자신의 SNS 계정에 자신의 신념을 여과없이 표현해 놓았다. 부족한 경력 때문에 더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수도 없이 많은데 왜 그녀를 임명했냐는 공정에 대한 의문도 제기한다. 둘 째,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 임명이다. 김한길 전 대표는 극렬 페미니스트를 영입하고 이에 청년들의 반감을 사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된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아무 사과도 없이 위원장에 임명된 것은 청년정치의 잣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셋 째, 실무위원들이 지속적으로 여성의 70%에 해당하는 표를 가져와야 한다며 페미니즘정책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기성 정치인들의 청년에 대한 몰이해는 심각하다. 이른바 이대남들이 페미니스트들 보다 더 진보한 성평등을 추구하고 성평등 원리주의에 가깝다는 점을 도저히 인식하지 못한다. 이른바 올드보수가 성평등 사상을 수입하고 86세대가 이를 가르쳤다면 그것을 체득한 것이 이대남이다. 그리고 현재의 10대들은 더 진보되고 더 원리에 충실한 성평등 사상을 가졌다. 완전히 체화 된 성평등 사상으로 무장한 이대남의 눈에는 페미니즘 진영은 스스로를 성평등 사상이라 참칭하는 성불평등 사상에 불과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안티페미니스트라 부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 가부장제에 찌들어 “남자가 쩨쩨하게” 같은 소리를 늘어놓는 기성 세대가 이러한 것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이대남을 ‘반여성’으로 오해한 것이다.
청년 여성들의 표를 가져와야 한다는 것은 우익 진영의 망상이다. 청년층은 두고두고 친운동권 성향을 가졌고 이러한 정치 성향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젠더 갈등을 겪으면서 이대남들이 보수화 된 것은 특별한 일이다. 반대로 페미니즘 정책을 해준다고 운동권 성향의 젊은 여성들이 전혀 다른 이념을 가진 국민의힘을 찍어줄 리가 만무하다. 젊은 여성 중 30%의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여가부 폐지 정책에도 불구하고 이탈하지 않은 것처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뽑은 70%의 여성 유권자들도 반대로 움직이진 않을 것이란 이야기이다. 되려 이른바 이대남을 자극해서는 결집력만 흔들어 놓을 것이 뻔하다. 대선도 1% 미만의 작은 차이로 겨우 이긴 정치 지형 속에서 그나마 넘어온 있는 이대남에 등을 돌리는 행동은 지방선거에서 더하기 보다는 빼기가 될 수 밖에 없다.
물론 이 결정에 나름의 고민과 정치계의 순리를 담겨 있는 것도 보인다. 김지희 위원의 경우 한국 사회에 김 위원 보다 더 전문가는 많겠지만 젊으면서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추고 대선 과정에서 기여했다는 모든 조건을 갖춘 사람은 얼마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예 다른 진영으로 옴겨 와서 적지 않은 시간을 정치활동으로 보낸 이상 현재의 이념은 과거와 같지 않을 것이다. 김한길 전 대표가 지지율을 올리기 보다 내리는 실기를 했다고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선거에 임했다면 그 노력에 대하여 인정해 주는 것이 정당하고 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의 계파를 존중하는 행위라는 점도 명백하다. 이런 것은 청년들도 수용해야 하는 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과거에 대한 명백한 해명과 해소 그리고 현재에 대한 설명 이런 것은 청년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때로는 잘못 그 자체 보다 사과하지 않는 행위 혹은 부족한 사과에 더 크게 분노하는 것이 바로 지금의 청년문화이다. 특히 최근 실무위원들의 친페미 발언이 점점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동안에 이미 이들은 격앙된 상태에서 인내하고 있었다. 격앙된 상태로 참고 또 참아왔다는 것을 인수위와 국민의힘이 과연 인지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러한 혼란의 원인은 정무 감각을 잃을 대로 잃은 올드보수와 당을 장악한 운동권 성향의 40~50대 실무진들의 합작품이다. 하지만 착각하지 말아야한다. 이대남은 이제 막 집으로 들어온 산토끼이지 집토끼가 아니다. 집토끼도 홀대하면 떠난다. 청년 여성의 지지를 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방금 들어온 산토끼도 이해하지 못하고 새 토끼를 찾아 나선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 될 것이다. 일단 두 인물의 허심탄회한 소통과 일부 실무위원들에 대한 단속을 주문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