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이미 사면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퇴원하여 사저로 향했다. 그리고 사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어느 30대 청년이 소주병을 던졌다. 소주병을 던지는 것은 단순히 술을 뿌리는 모욕의 의미가 아니다. 그 안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큰 피해를 줄 수 있고 그 병 자체로도 상처를 입힐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주병을 던지는 행위는 폭탄을 던지는 것에 비하면 미묘하게 차이가 있지만 엄연한 테러이다. 정치 메세지를 대중에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던졌다는 점도 테러행위의 요소를 충족시킨다.
좌익의 테러를 적색 테러 우익의 테러를 백색 테러라고 한다. 그 옛날 러시아 땅에서 벌어진 적백내전 부터 이어오는 유구한 역사의 표현이 아닐 수 없다. 2000년대 한국 사회에서 유난히 적색테러가 많이 벌어지고 있다. 재밌는 것은 테러에 대한 논의가 있을 때 마다 운동권 진영에서는 “한국에서는 수 없는 백색테러가 이루어지지만 적색테러는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어느 공고생의 인화물 투척 사건을 내세운다. 물론 그 행위도 미묘하지만 테러행위가 맞다. 문제는 지난 20년 동안 백색 테러는 그 한 번 뿐이고 적색 테러는 굵직한 것만 외교관 습격 사건이 두 번 있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번 테러로 두 번의 테러를 겪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줄줄이 적색테러 사례를 읊으며 앞 선 사례 외의 백색테러 사례를 요구하면 답변 대신 욕설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광복 직후 혼란스러운 사회 상에서 정치적 사유로 테러를 일으키는 일은 잦았다. 백범 선생의 암살도 일종의 테러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일이 드물다. 그 만큼 한국 사회는 테러를 통해 정치적 의사를 나타내는 것을 지양하는 성숙한 사회가 되어 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의 진화에도 불구하고 적색 테러의 사례는 심심하면 터져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운동권 진영 특유의 극단성이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무엇이든지 극단적인 답을 내놓고 행동도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것 만을 선호한다. 또 다른 이유는 생각이 다른 사람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배타성도 들 수 있다. 더불어 자신이 옳다는 신념으로 무오류의 오류를 저지르는 문화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모두가 어우러진 또다른 사례가 대통령 당선자 암살 모의 사건이다. 운동권은 과연 자신들의 문화가 2020년대의 한국 사회에 걸맞는 수준인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