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은지 삼 주가 지났다. 현재 까지도 이 대표의 지지자들은 들끓고 있다. 이들은 아예 징계를 주도한 윤석열 대통령의 옹위세력에 등을 돌렸고 지지율은 폭락해 버렸다. 하지만 징계를 이끌어낸 기존 보수 세력 주류는 – 이준석 대표 지지층에서는 구태라 지칭하고 통상 구보수라고 불리우는 사람들 – 이러한 사단에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럴 줄 몰랐다.”거나 “겁난다.”는 반응이 없다. 그것은 이런 사달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한 상태로 진행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보수가 이준석 대표와 유승민 전의원을 보는 시각은 “내부 총질”로 대표될 수 있다. 우파 정당 내에 기생한 좌파로서 끊임 없이 상대 당 프레임에 힘을 실어주고 타당하던 아니던 보수 정당을 공격하는데에 꼭 동참하면서 매번 “합리적 우파이기에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다.”라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구보수의 입장은 “민주당 가서 하라. 다를 것도 없는데.”이다. 하지만 무수한 좌파의 공격을 막아낸 이준석 대표로서는 억울한 부분이 클 것이다. 정치를 유승민계로 시작해서 지금도 유승민계의 우호 세력으로 꼽히는 탓인지도 모르겠다.
지지율의 하락도 각오했을 것이다. 애초에 불복하던 소수지만 대선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선 당대표를 선출할 지점에는 구보수 쪽에서는 청년들의 정치 욕구에 화들짝 놀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선 결과에서 예상 보다 낮은 투표율과 지지율에 구보수는 배신감과 동시에 자기 확신을 얻었다. 그리고 유승민계와 이준석계를 위험 요소로 믿는 자기 신앙에 따라 2030남성들과 척을 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들을 제거하겠다는 결연한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좌파 정당에서 넘어온 새로운 지지자들에 대해서는 ‘어차피 믿을 수 없다.’는 인식도 작동했다.
이런 저런 완곡한 표현을 걷어내고 서술하자면 이준석 대표에 대한 징계는 정치적 행위였다. 더 엄밀히 말하면 세력 대 세력의 힘겨루기의 산물이다. 물론 이준석 지지자들이 말하는 반역행위라는 프레임은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쪽은 대통령의 세력이기 때문에 아무리 당 차원에서 봐도 대등한 세력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행위를 사법 시스템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도 억울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정치무관심층의 비중이 크고 새로 당원이 된 젊은 남성들은 이준석을 지지하는 동시에 정당의 원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리더라면 지지자들에게 충분히 상황을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정당의 문법으로만 설명하고는 말았다.
그것은 ‘신입 우파’들을 배려할 의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눈에 신입 우파는 ‘신뢰할 수 없는 좌파’에 불과했다. 대화하고 설득하고 수용하여 구보수에 변화를 불어넣고 새로운 지지자들을 확고한 우파 지지자로 만들 생각은 애초 부터 없었다. 총선 까지 이 년 동안의 시간이 있어 만회할 수 있다는 믿음은 있었지만 도대체 그 만회의 대상이 누군지는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에 대한 반감을 공유하는 구보수 내부에서도 이준석의 대체제가 있느냐는 물음은 지속적으로 나온다. 이 대표의 지지율은 징계 전 보다 더 올라갔다. 소수지만 구보수에서 일부가 이준석 대표에게로 넘어갔다고 보아야한다.
어쩌면 이준석 없이 자기 힘으로 다시 2030남성들을 그리고 2030여성들 까지 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팽배한 분위기 탓인지도 모르겠다. 매번 2030여성들을 언급하지만 얼마 전 까지만해도 2030남성들도 강력한 좌파 성향이었고 2030여성들은 그 때나 지금이나 더 강성의 좌파 성향이라는 것은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 없는 발언만 간간히 들려올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