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6개월간의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정치 인생의 큰 위기에 직면하였다. 이에 이준석 대표의 지지층은 크게 격분하는 분위기지만 이들을 제외한 다수의 보수 지지층은 오히려 이를 반기는 듯 하다. 그럴 것이 이 대표가 이전에 속했던 유승민계 자체가 보수 내의 야당으로 선호 보다는 불호가 많은 상태였다. 이준석 대표의 당대표 당선은 2030 남성들의 강력한 지지와 중도층의 집결 덕이지 보수내 골수층의 불호 스탠스가 바뀐 것은 아니었다는 점을 짚고 갈 필요가 있다.
이준석 지지자들의 분노를 더 자극한 것은 윤리위원회가 증거주의에 입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는 오해가 있다. 정당의 윤리위원회는 사법기관이 아니다. 지극히 정치적인 사유에 대하여 정치적인 결론을 내리는 기관이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시절인 지난 2018년에는 얼마 전 보궐선거에서 5선을 달성한 김영선 의원이 무려 당원권 3년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은 적 있다.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을 해당행위라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사실이 이 대표 지지자들에게 위로가 되진 않을 것이다.
윤리위원회의 속성을 떠나 이준석 대표가 대통령 측과 힘겨루기 끝에 당내 권력에서 밀려났다는 것이 본질이며 이 대표에 권력을 실어주고자 하는 지지자들로서는 화가 치미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는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정치인이고 그에게 ‘불호’의 평가를 주는 상대적 다수는 오히려 만족하고 있다. 2030도 예외는 아니다. 여론조사기관 넥스트리서치가 SBS 의뢰로 지난 9~10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2030남성들 중 근소한 다수가 징계 결과를 지지했다.
이준석을 지지하는 2030남성들은 소속 집단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대표성은 지니고 있으나 그 대표성이 완전하지는 않다. 여론조사에서 징계를 찬성한 사람들 중 좌파 지지자들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 내부의 ‘불호’를 가진 청년들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다. 결국 이들과 어른 세대의 다수를 껴안을 수 있어야 이준석의 정치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담담하게 지지자들의 당원가입을 촉구하던 이준석 대표의 모습을 보면 그는 이러한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