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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6월 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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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사태를 보는 이에게 요구하는 사회, 정치적 시각

논설칼럼‘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사태를 보는 이에게 요구하는 사회, 정치적 시각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라는 일본산 모바일 게임이 우리 사회의 어느 부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해당 게임의 유저들과 국내 운영사와의 갈등은 우리 사회에 좀 더 널리 알려질 수 있었으나 태풍 같은 재앙과 이런저런 쏟아지는 사회적 갈등 속에 묻힌 부분이 없잖아 있다. 이 사건의 두 가지 큰 핵심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같은 게임임에도 일본 서버보다 적은 유료 재화를 제공한다. 둘째, ‘서버 점검’ 같은 수단을 동원해 게이머들이 게임상에서 얻을 기회 이익에 손상을 주었다. 이 부분에 대한 운영사인 카카오게임즈와 유저들 사이의 갈등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정치권까지 뛰어듦으로써 더 복잡한 사안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칼럼을 작성하는 이유는 게이머들이 분노한 이유를 안내하는 데에 있지 않다. 그러한 목적이라면 이미 탁월한 기사들이 수도 없이 쏟아진 상황이다. 이 사태의 진정한 문제점은 이 갈등 상황에 끼어든 여러 주체가 전혀 이 사안의 본질적, 사회적 의미가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데에 있다.

필자는 이 사안의 본질을 두 가지로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소비자 권리 보호”이며 둘째는 “가상 공간에서의 소비자 기망에 대한 정의”이다.

게임사 혹은 운영사와 게이머와의 갈등은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라는 게임이 처음이 아니며 오히려 수도 없이 반복되어 온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이 그대로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은 법적으로 제대로 된 소비자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환불 문제이다. 헬스장에서 운동하다 중간에 그만둘 때도 환불이 법적으로 의무화되어있고 공제 기준이 제도적으로 정해져 있다. 헬스장에 만족할 수 없는 고객이 환불을 받을 수 있으므로 고객은 헬스장에 매이지 않고 만족할 수 있는 다른 헬스장으로 옮길 수 있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체의 환불이 불가능한 게임의 경우는 서비스에 만족할 수 없는 게이머가 게임을 떠날 때 게이머의 선택 책임보다 큰 액수인 지급한 전체 금액을 포기하고 떠나야 한다. 게임사들은 고객들로부터 수조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일개 헬스장도 면할 수 없는 환불 책임은 제대로 부과되고 있지 않다. 국가의 소비자 보호 노력이 게임에 있어서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도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기성세대가 가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서비스와 재화의 지급에 대하여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 산업은 십 수조 원대 규모의 거대 산업이다. 이 모든 것은 게이머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그런데 이 십 수조 원을 내는 게이머들이 소비자로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 시스템의 커다란 구멍과도 같다.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었을 때 투자자가 100만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금융상품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때 금융사의 실수로 이익을 얻지 못했거나 혹은 수익을 실현하기 위한 선택권이 박탈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기대 이익의 일부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졌을 것이며 실수한 금융사는 정부의 제재를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실수한 인물은 해고당하거나 징계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상에서 100만에 해당하는 유료 재화를 얻을 기회를 게임사 혹은 운영사의 실수로 박탈당했을 땐 아무런 보상을 받을 권리가 없다. 주어지는 보상은 오직 운영사의 시혜일 뿐이며 따라서 보상 여부는 게이머가 아닌 운영사의 권리가 되어버린다. 분명히 게이머는 현실의 화폐를 지급하여 얻은 가상 공간에서의 재화에 대한 손실에 대해서는 금융사와 달리 운용사에겐 책임이 지워지지 않는다. 또한, 이러한 책임을 철저히 부과하기 위해 금융사는 금융감독원의 세심한 감독하에 있지만, 게임 운용사는 그런 감독을 받지도 않는다. 다시 금융으로 돌아와서 만약 금융사의 실수가 아니라 고의적 행위가 있었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엄청난 범죄가 성립될 것이며 국가와 사법당국은 강한 철퇴를 내려칠 것이다. 그런데 운용사가 게이머들을 속였을 땐 어떻게 될 것인가? 운용사가 유저들을 기망했는지 여부조차 아무도 알 수 없다. 속인 기업을 제외하면 말이다. 가상 공간에서는 거래 주체의 ‘기망 행위’에 대한 정의도 불분명하여 어떤 행동이 게이머에 대한 혹은 기업에 대한 기망인지 정해져 있지도 않다. 기망의 상황이 의심될 때 잘잘못을 따지고 문제가 있는 쪽에 철퇴를 내려칠 제도적 근거가 없다. 그저 의심만 할 뿐이고 게이머들은 시끄럽게 시위를 할 수밖에 없으며 그때마다 정치권은 적선하듯 관심을 줄 것이다. 그리고 결국 운용사의 빛 좋은 사과를 받아들이고는 또 똑같은 일을 당할 것이다. 아니 이미 수차례 같은 일을 반복되고 있다.

게이머들은 당연히 운용사에 시정과 보상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거기에 머물면 안 된다. 한발 더 나아가 똑같은 고객이면서 휴대전화나 차를 살 땐 받을 수 있는 소비자로서의 보호를 게이머의 입장이 될 땐 받을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십수조 원을 소비하는 소비자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정치권은 국민의 수족에 불과하다. 그에 앞서 국민이 원하고 바라는 것이어야 이를 제도로 만들어낸다. 게이머들은 소비자의 권리를 원해야 한다. 그리고 기망행위를 범죄화하는 것을 바라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 먼저 여러분들께서는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속이는 행위에 대해서 수사하고 처벌할 수 없는 제도라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수족들에게 요구할 것이다. “게임 산업에서도 소비자를 보호하고 기망행위를 처벌하는 걸 가능하게 합시다”라고 말이다. 이러한 요구와 요구에 응해 이루어지는 제도의 마련은 게임 시장에서 자꾸만 희미해지고 있는 신뢰를 되살릴 것이다. 그 결과는 우리가 체감하지는 못하겠지만 게임 시장을 계속 건강하게 지키고 존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제대로 된 자유 시장은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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