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사업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강력히 추진하고 결국 실패한 정책으로 ‘잘못된 정책’의 낙인이 찍혔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도시재생 사업은 중단되지 않았다. 오세훈의 서울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정책 대부분을 적폐로 규정하여 되돌렸고 상당수는 실제로 실패한 정책이었지만 도대체 어떠한 이유로 도시재생사업은 중단되지 않은 것일까? 이러한 물음에는 도시재생에 대한 오해가 자리잡고 있다.
대중에 알려진 도시재생은 박원순식 도시재생으로 지역의 낙후된 시설을 그대로 방치하고 몇 가지 요소만 정비하거나 집단 시설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이는 전형적인 운동권 취향으로의 ‘성형 수술’에 가깝다. 외부인으로서 자신들은 누리지 않는 낙후된 지역에 대한 향수와 좌파 공동체로서 성공했다고 자평하는 ‘성미산 마을 공동체 모델’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깔린 방식이다. 그것이 좌파가 생각하는 도시재생의 개념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시를 재생한다는 본질적인 행위로 돌아가서 생각하면 이는 좌파식 도시재생의 범주에 머물지 않는다. 좌파가 혐오하는 자연스러운 지역 활성과 인프라 확충, 관 주도의 재개발, 거주자들이 조합을 꾸려 주도하는 재건축 등도 도시를 재생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재개발은 지역을 완전히 리셋하고 새로 인프라를 깔고 그 기반으로 새로 공동체가 건설되는 가장 순수하고 적극적으로 도시를 재생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재개발, 재건축만 도시를 재생하는 행위는 아니다.
재개발, 재건축 등의 과정은 너무나 많은 직접 비용과 사회적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모든 지역에서 가능하지 않다. 대부분 매우 오래된 지역, 낙후된 인프라 등이 우선의 조건이 되는데 일종의 경쟁이다. 이러한 경쟁에 밀려나서 우선순위에 들지 못한 낙후된 공동체는 이러한 과정에 배제되고 부족한 인프라를 감수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낡았지만 폐차하기엔 이른 차를 계속 고치며 타게 되는 것 처럼 이들 지역들에 현상을 바꾸지 못하더라도 최대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낡은 공공시설들을 재건설하는 등의 작업이 이루어져야한다. 이것이 바람직한 도시재생이다.
결국 예산을 극도로 낭비하고 예산 집행 과정에서 업체의 탈을 쓴 좌파 집단에 세금이 돌아간다거나 좌파식 감성으로 쓸모 없는 시설을 양산하는 일이 발생한 것은 이것이 ‘좌파식’ 도시재생이었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은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이념을 주민들을 위한 형태로 만들었어야 하고 그렇게 도시를 재생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좌파식 도시재생에 대한 혐오감으로 도시재생 자체를 재개발과 재건축 외엔 외면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것은 실용적인 면은 떠나서 이념적인 측면에서도 태만이다. 보수 진영은 이렇게 태만하다가 대안이 없어서 좌파식 정책을 마지 못해 받아들이고는 이 정책이 실패하면 책임을 오로지 좌파에게 지우는 일이 반복되지만 사실은 보수에도 책임이 있다.
지금이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도시 재생에 대한 보수 진영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