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을 추진하고 있다. 앞 서 검찰이 가지고 있던 수사지휘권을 경찰에 넘긴 여당이 이제는 그나마 남겨놓았던 ‘6대 중대범죄 수사지휘권’ 까지 박탈해서 경찰이 수사한 대로 기소만 가능한 조직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한국 특유의 서열 의식과 어울러져 “영감님”이라는 호칭과 함께 일종의 갑질의 상징이었다. 검찰의 실수들도 항상 나열되며 검찰 기능의 축소를 외치는 자들의 근거가 되어주었다. 비록 경찰이라고 실수들이 없었던 것이 아님에도 말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강력한 검찰의 등장에는 정말로 강력했던 경찰의 견제가 있었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군대와 마찬가지로 무장 조직인 경찰은 군사독재 정권 치하에서 군부에 협조하여 시민들을 탄압하는 역할을 했으며 이를 위해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통제하고자 검찰의 강력한 수사지휘권을 가지게 된 역사가 있다. 물론 현재는 군사정권이 아니고 경찰이 견제 받은 세월이 길어져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여당의 수사권 조정은 무언가 문제가 있었다.
6대 중대범죄를 제외하고는 1차적 수사를 개시할 권한을 경찰에 모두 넘겨 버렸다. 검찰이 범죄를 인지해도 경찰이 수사를 개시하지 않으면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견제’라는 것이 사라진 것이다. 1차 수사는 경찰이 전담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대부분의 국가가 시행하는 제도라고 해도 특수한 경우에는 검찰이 1차 수사에 나설 수 있는 방법을 남겨두어야했다. 하지만 여당은 그러지 않았다. 거기다 국정원에서 안보 사건 수사 기능을 떼어다가 경찰에 붙이면서 견제도 없는데다 조직도 비대해진 초강력 경찰이 탄생한다. 이 모든 것은 이른바 ‘검찰 개혁’의 일환이었다.
‘검찰 개혁’은 바로 독립성을 띈 검찰 조직을 완전히 손발을 잘라내어 운동권 권력을 견제하는 일이 없도록 만드는 작업이었다. 이 따위 작업에 ‘개혁’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이지만 저들은 그렇게 하였다. 검찰에서 떼어낸 권력을 경찰에 부여한 것은 행정자치부 소속인 경찰이 대통령의 통제에 더 가깝고 어떻게 보면 이것이 권력지향적으로 보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운동권 권력은 자신들이 권력을 가지고 있는 동안 경찰은 완벽히 통제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이러니한 것은 저들이 그토록 말살하려던 검찰의 독립성은 군사 정권 시절 현 여당의 선배세대가 투쟁한 산물이라는 것이다.
검수완박은 ‘퇴행’이다. 수사지휘권의 요체는 두 권력기관의 상호 견제에 목적이 있다. 이를 조정한다면서 견제가 거의 되지 않게 만들었으니 이미 한 번의 퇴행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아예 박탈하여 견제라는 것을 없애버릴 심상이다. 애초에 이들의 명목은 검찰의 일방적 독주를 막고 상호견제가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통제가 힘든 검찰을 무력화 시키고 반대로 만만해 보이는 경찰이 독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부패 수사의 노하우가 축적된 검찰을 수사에서 배제시키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운동권 진영은 이제 ‘신적폐’라는 오명을 달았다. 대장동 사건이나 태양광 비리 등 이제 까지 도덕적 경고자가 없었던 운동권 진영의 부정부패야말로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대중은 인지하게 되었다. 정권 교체는 이들을 처단해 달라는 메세지도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피하기 위해서 국가의 사법 시스템 자체를 망가뜨리려는 것은 부정부패 보다도 더 악랄한 역사에 대한 범죄다. 죄를 은폐하는 대신 국가 차원에서 수사 능력을 말살하겠다니 운동권 다운 발상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을 보아 검수완박 자체는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두고두고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되기를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