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패배] 막말 논란

21대 총선에서 자유진영은 참패했다. 그 원인으로 쏟아져나오는 성토 중 하나가 막말 논란이다. 두 후보가 막말 논란에 휩싸였고 그것이 선거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박으로 언론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두 주장 다 옳은 주장이다. 하지만 그저 양비론으로 종결지을 사안이 아니다.

언론이 기울어진 운동장인 것은 사실이다. 스리섬이라는 발언이 막말은 아니다. 정치는 추잡한 문제도 가리지 않고 따져야하며 스리섬 사건이 공식적으로 이슈가 된 상황에서 굳이 피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말 프레임이 씌워진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의 증거가 아닐 수 없다. 만약 언론이 운동권 진영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었다면 막말 논란이 아니라 상대방이 망신을 당했다는 프레임으로 기사가 나갔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문제는 언론이 자유진영에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데에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여기에 있지만 선거는 전쟁이다. 조조가 적벽대전에서 패배한 것은 동남풍이 올 줄 몰랐기 때문이기에 독자들은 제갈량의 신묘한 지식에 감탄하지 조조를 비웃지는 않는다. 하지만 조조가 한참 동남풍이 불고 있는 와중에 화공을 써서 위군 진지를 홀랑 태웠다면 어리석은 지휘관이라며 조롱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기울어진운동장은 바로 적벽에서의 동남풍과 같다.

절벽 아래의 적에게 돌을 굴리지 않고 절벽 위의 적에게 돌을 굴리려 들고는 바위 탓을 하거나 동참하지 않은 전우를 탓을 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상황을 인정하지 않는 고집이 문제다. 너무나 뻔한 실책이고 모두가 뜯어말렸으며 하루하루 여론조사가 뚝뚝 떨어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랫카드 스리섬을 운운했으면 진영 전체를 망쳐서라도 하고싶은 걸 하겠다는 고집이었다. 내가 스리섬을 끊임 없이 되뇌이겠다는데 자유진영이 패배하는게 문제냐 그런 태도다.

수 많은 격전지를 생각하면 이겼을 것을 졌을 수도 있다. 대세가 있어서 졌을 수 밖에 없었더라도 이렇게 까지 비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직 개인의 고집을 위해 자유진영 전체를 희생시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배 이후에 조금의 휴식기도 가지지 않고 떠드는 정치인을 누가 기용할 것인가? 패배도 완패가 있고 선전한 패배도 있다. 지휘관도 전우도 간곡하게 말리는데 고집으로 전쟁을 망치는 장수는 역사 속 전쟁이었다면 목을 베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