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계 소동

대통령 시계라는 것이 있다. 청와대는 전통적으로 청와대 상징물을 새기고 현직 대통령의 이름이 적혀있는 시계를 제작해서 방문자에게 나누어준다. 국내에서 가장 저명한 시계 메이커인 로만손이 납품한다. 본래 로만손 브랜드를 생산, 판매하는 기업의 사명은 로만손이었으나 몇 해 전 제이에스티나로 변경되었다. 맞다. 전성기 시절의 김연아 선수를 기용해서 대학 새내기들이 많이 찾는 캐쥬얼 주얼리의 선두로 우뚝 선 그 제이에스티나이다. 의외로 보일지 몰라도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유수의 스위스 와치메이커 중 주얼리를 판매하는 기업이 꽤 많다. 그 유명한 피아제가 그렇다. 소비층은 다르지만 말이다.

박근혜라는 전직 대통령의 이름이 쓰여진 시계가 이만희 회장의 손목에서 나온 것은 참 놀라운 일이었다. 그것은 온갖 매체들이 앞다투어 보도한 것만 해도 알 수 있다. 신천지의 악마화는 운동권의 코로나 정치의 일환이었다. 치사율이 낮아 보인다는 이유로 시작된 운동권다운 냉혹한 정치 장사는 처음엔 중국발 입국인 프리패스였고 그 다음은 정부에 대한 찬양 작업이었다. 그리고 결국 예상한 일이 터지자 운동권 진영의 다급하고도 뻔히 보이는 행보가 신천지의 악마화였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가 신천지와 야당을 엮는 억지 공작이었다. 하지만 반발이 많았다. 차이나게이트가 터져 중국의 조력도 끊겼다. 그런데 그 순간 이만희 회장의 팔에 박근혜라는 이름이 보였다. 폭발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시계에 대한 이슈는 채 몇일이 가지 못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첫 번 째로 꼽을 것은 차이나게이트의 발발이다. 운동권 성향의 인터넷 이용자들은 운동권 유명인들이 배포한 미래통합당은 신천지의 꼭두각시라는 프레임을 보급하려 했다. 하지만 각 커뮤니티에서 이에 호흥하는 사람들이 생각 보다 많지 않았다. 평소라면 머릿수로 불합리함을 외치는 이들의 입을 짓뭉겠었는데 이번에는 그럴 수가 없었다. 둘 째는 박 정부 핵심 근무자들의 강한 반박이다. 이 노회환 정치인과 관료들은 여론전 같은데 발을 들이는 사람들도 아니었고 반면 억울한 건 잘 참았다. 하지만 사이비종교와 엮이는 것 만큼은 끔찍하게도 싫은 기색이 역력했다. 평소에도 이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세 번 째는 로만손의 즉각적인 부정이다. 청와대에 시계를 납품하는 로만손은 금장 시계를 만든 적이 없다고 해당 사안을 재빠르게 부정했다. 보통 정치 이슈에서 기업은 그다지 빨리 반응하지 않는다. 굳이 나서서 흙탕물에 발을 담그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로만손의 의지라기 보다는 로만손에 재빨리 접촉한 언론의 공이라고 해야할지도 모른다. 넷 째는 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 시계를 받은 사람들의 인증 릴레이다. 수 많은 사람들이 보관하고 있던 시계를 인증했다. 모두가 한결 같이 은색 시계였다. 그 자체로는 금장 시계에 대한 반박이 되지 못하지만 금장 시계의 근거 자료가 중고나라 글 하나 밖에 없는 상황에선 강력한 압박으로 작용하였다.

다섯째는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의 날카로운 반격이다. 그는 어용지식인의 헛소리를 아주 효과적으로 대중에게 알렸고 그는 자기 주장을 삭제해야했다. 운동권 사람들이 더 퍼날라봤자 역효과만 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 최고위원은 과연 자유주의로 무장한 사람이 맞느냐는 불평과 함께 정치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지 이념가가 아니라는 박한 평가가 있으며 실제로 그런 부분이 있지만 기민하고 정확한 판단력과 대중에 잘 전달되는 화술을 가진 썩 괜찮은 자질의 소유자로 보인다. 586의 요설이나 줏어 섬기는 운동권 청년 정치인들과 비교해 보면 그의 존재는 우파 진영에 불운 보다는 행운이다. 그가 국민 장인어른께 다 배웠다면 자기만의 길에서 더 성장하기를 바란다.

미래통합당이 신천지의 끄나플이라는 낙인 작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런 것은 보통 중앙에서 지휘하는게 아니라 대중이 스스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진퇴가 분명치 않다. 하지만 이미 그 동력은 잃은 것으로 보인다. 참 보기 좋은 경과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우파 진영이 진실을 무기로 들고 나와 운동권 진영의 거짓말 프로파간다를 이기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분명 킹크랩 같은 프로그램이 만드는 허수가 큰 비중을 차지하겠지만 저들의 대부분은 자발적 선동꾼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저들을 뒷받침하는 한국어 가능 중국인들도 자발적 참여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번에 보여준 평소 침묵하던 여러분들의 의욕적인 의사표명이 계속 필요하다. 매우 절실하게.

(사진은 어느 인플루언서가 올린 시계 사진. 은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