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험지론

자유한국당 전 대표인 홍준표 의원이 중진 험지론을 계속 거부하고 고향에 출마하겠다는 주장을 꺽지 않고 있다. 그는 25년 동안 험지만 출마했으니 이제는 대우받고 싶다는 뉘앙스의 주장을 폈는데 여전히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이 고향으로 숨는 것은 걸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은퇴를 눈 앞에 둔 관료도 아니고 무슨 배려를 원한단 말인가? 자신이 여전히 검사라고 생각해서 전관예우 같은 걸 당에서도 해줬으면 하는 것일까?

25년 험지론을 한 번 따져보자. 그는 6번 선거에서 이겼는데 한 번은 송파구이다. 송파는 강남3구로 불리는 지역 중 하나로 험지라고 보기는 힘들다. 두 번은 경남도지사로 선출됬는데 부산경남 지역을 자유한국당의 험지라면 험지가 아닌 곳이 없을 것이다. 나머지 세 번은 동대문에서 출마해 당선됬는데 꽃길이라고 할 순 없어도 이른바 도노강 지역이나 관악구면 몰라도 험지라 말하긴 어렵다.

물론 녹록한 선거라는게 있겠는가? 특히 17대 총선은 참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우파 진영이 풍전등화의 상황에 와 있다. 집권세력은 선거개입도 서슴치 않고 있으며 수사기관이 나서자 권력으로 짓밟고 아예 공수처를 만들어 영원히 자신들은 처벌받지 않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데 의석수가 모자란 우파 진영은 이를 막을 수가 없다. 21대 총선이 유일한 기회인데 총력전을 펼 수 밖에 없다. 그 총력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경쟁력 있는 후보가 험지로 나가는 것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정치 신인으로 경쟁력이 미지수임에도 종로에 나섰고 홍준표 의원은 그 등을 떠밀었다. 황 대표는 여차하면 정치 인생을 꽃피우지도 못하고 접어야 할 수도 있다. 등을 떠민 홍 의원이 그걸 제일 잘 알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거물급 정치인들은 줄줄이 죽을 길을 향해 간다. 좌익독재 체제가 완성되면 국회의원이 되도 의미가 없는 살았으되 죽은 정치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진영을 살리기 위해 그리고 나라를 살리기 위해 정치생명을 건 것이다.

그런데 홍 의원은 거꾸로 간다. 진영이 죽어도 좌파 독재가 완성되도 그걸 막는데에 힘을 보태기 보다는 확실하게 당선되는 선택을 하겠다는 것이다. 나라가 무너져도 나는 내 의원직을 확보하겠다는 태도다. 이런 정치인에게 대통령직을 맡으라고 한 표를 던졌던가 하는 생각을 하니 기가 차다. 너무 늦었다고 한다. 하지만 황교안 대표의 결심도 늦지 않았던가? 그래도 등을 떠밀었지 않나? 지금 우물쭈물하면 정말 늦게 된다. 누구 보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홍 의원이다.

홍준표 의원은 경쟁력 있는 의원들이 의원직을 꼭 쥐고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편 적도 있다. 하지만 거물이던 초선이던 어차피 한표다. 그 놈의 경쟁력이라는 것이 다른게 아니라 선거판에서 이기는게 경쟁력이라는 것을 모를리가 없는 정치 베테랑이 홍 의원이다. 정작 깃발만 꽂아도 이길 거 같은 지역구에 간다면 그 경쟁력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자신의 경쟁력을 썩히는 선택이다. 우파를 버리고 자기 정치를 선택하는 길이다.

이 모든 것이 감동을 위한 연출이었으면한다. 이 절대절명의 순간에 국민 대신 자기 정치를 선택하는 정치인을 더 이상 홍카콜라라고 부를 수 없지 않은가? 어쩌면 그는 승리에만 관심이 있고 그의 생존에 관심이 없는 우파 유권자들의 혹평에 마음이 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김이 빠진 콜라가 되지는 않기를 바란다. 김 빠진 콜라는 콜라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그의 투지가 다시 한 번 불이 붙기를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