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수상하다

지난 3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은 이른바 ‘경찰 영사’로 알려진 우한영사관 경찰 주재관에게 격려 전화를 걸었다. 그가 쓴 글에 펑펑 울었다는 내용을 놓고 문 대통령은 감동을 표명했다. 하지만 그가 쓴 글 전문을 보면 펑펑 운 이유는 가족에 대한 소회였던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가족을 떠나보내면서 펑펑 운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평범한 인간적 소회를 대단한 사명감으로 포장한 운동권 정권의 기획력을 보면 혐오스럽다.

문제는 해당 경찰 주재관이 거짓말을 늘어놓아 물의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막대한 손실을 무릅쓰고 전세기를 마련해 날아간 항공사 총수를 거짓말로 음해하고 자기가 전세기를 마련한 것 처럼 상대에게 숟가락을 얹었다는 소리를 해댄 것도 눈쌀이 찌푸려지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조원태 회장이 알고보니 비서를 대동하진 않았다 정도만 보도된 것이 매우 안타깝다.

여기서 눈길이 가는 사실은 이 경찰 주재관이 경찰대학 출신이라는 것이다. 38세의 경감으로 경찰대 23기 졸업생으로 알려졌다. 해당 경감의 글에 물씬 묻어난 코드는 자신을 나랏님 쯤으로 여기는 전근대적 인식이었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인지 지난 23일 처음 보도된 경찰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5년 후 자신에게 무릅을 꿇을 사람들이라며 폄하한 전근대적인 인물도 경찰대생이었다.

조금만 더 기억을 더듬어 보자. 선거개입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고 수상한 수사개입을 잔뜩 해놓고도 정상적인 수사 지휘였다고 떠드는 뻔뻔한 황운하 치안감도 경찰대 1기이다. 이 인물은 선출권력에 의한 검찰 통제를 주장했는데 이 선출권력이라는 것이 바로 정치 권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교활한 워딩이다. 지난 수십년간 우리 사회가 추구해 온 ‘정치권력으로 부터의 검찰의 독립’을 완전히 부정하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단어 하나 바꾸어 추잡한 권모술수를 개혁 처럼 포장한 수완이 대단하다.

이 경찰대가 수상하다. 경찰은 검찰에 의해 통제받는 것을 극도로 혐오했으며 이에서 벗어나 과거의 강력한 권력을 되찾기를 열망해왔다. 이를 이루기 위한 경찰의 노력은 항시 있어왔지만 운동권 성향 정권이 들어설 때 마다 이른바 ‘수사권 독립’을 조건으로 권력에 아첨하고 ‘정권의 개’가 되기를 자청하는 시도가 적지 않았다. 그리고 이를 주도한 것이 경찰대 출신 간부들이다. 이제와서 곱씹어 보면 이 모든 것이 독립성과 시스템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자와 유력 세력에 충성하는 전근대적인 권력관으로 보인다.

경찰대가 가지고 있는 전근대적 코드는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적지 않은 공채 출신 경찰관들은 검사를 싫어하는 것 다음으로 경찰대 출신 간부들을 싫어한다. 봉건시대 장원급제자들 처럼 특권 의식에 젖어있고 지나치게 권력 지향적인 인물들을 꽤나 마주쳤기 때문이다. 물론 수능 말고는 지표가 없는 새파랗게 어린 엘리트들이 대거 배출되어 공채 직원들이 승진할 틈이 없는 것도 이유다.

특권의식에 푹 젖어있는 경찰대 출신 간부들 다수는 아둥바둥 공부하고 사법연수원에서 험하게 훈련받은 검사들을 자기 발 밑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서울대 법대 보다 우리가 입결이 세다.”는 소리는 한 때 경찰대생들의 말버릇 같은 것이었는데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정치권력이 아닌 존재에 제어받을 자신들이 아니란 분위기가 있다. 그 와중에 정치권력 그러니까 청와대에 목매는 권력 지향성은 굉장하다.

지금의 경찰은 운동권 집단과 결탁하여 율사 집단을 공동으로 제압하고 권력을 쟁취하려 하고 있다. 정보경찰들이 검사들에 대해서 대대적으로 평가를 수집했다는 것은 소름돋는 일이다. 그들은 본래 북한이나 중국에 충성하던 운동권 세력을 적대시하던 집단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찰의 변화의 중심이는 경찰대 집단이 있다.

그리고 조직의 장막 속에 숨어 있던 경찰대 출신 간부들 사이에 적잖게 퍼져있는 전근대적 인식의 말단을 한 젊은 구성원의 돌출 행동으로 우리가 목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조직이 전근대적 인식과 운동권의 전체주의 가치관으로 무장하고 수십년 동안 추구해온 사법기관의 독립성을 부수고 운동권을 위해 국민을 틀어쥐려는 상황과 여러가지로 얽혀서 보인다.

대중은 운동권 정권이 공산주의자들이었던 자들 답게 수 십년 동안 이룬 자유와 정의를 부수고 억압과 통제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지켜보는 중이다. 그러나 그 선두에 자유한국의 수호자였던 경찰이 서있다는 것은 잘 모르는 것 같다. 그 중심엔 경찰대가 있다는 것도 말이다. 이 상황이 너무나 소름이 돋아 식은 땀이 흐른다.